[김명호 칼럼] 이재명의 사과 vs 윤석열의 실용

김명호,논설고문 2021. 12. 1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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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와 합리적 진보 아우르는
플랫폼 만든 윤석열…중도층
원하는 방향성 감안한 듯

사과와 文정권 차별화로 민심
되잡으려는 이재명…무능 위선
책임지지 않는 사과 먹힐까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
투표 의향 중도층은 책임성과
방향성 보고 표를 줄 명분 찾아

‘전두환 경제는 성과’. 신문 제목을 보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또 말실수를 한 것으로 알았다. 한 줄 더 읽으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란다. 아니 사진 찍으라고 의도적으로 전두환 비석을 밟고 간 게 엊그제인데…. ‘총칼로 국민 생명 해치는 행위는 중대범죄’라는 전제를 달긴 했다. 전제는 없어지고(본인도 당연히 전제에 무게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핵심 메시지만 남는다는 건 정치 며칠만 해도 누구나 안다. 영남에 가서 이 말을 한 건 모두 짐작하는 바다. 그렇지 않아도 하도 말 바꾸기를 한다고 공격받고 있는 후보다.

여러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된다. 이어진 선은 비로소 점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방향성을 뚜렷이 가르쳐 준다. 이재명의 사과와 정책·관점의 수정이 이어진다. 사과의 큰절을 시작으로 대장동, 조국, 부동산, 민주당 기득권화 등 할 수 있는 사과는 모두 하려는 것 같다. 기본소득 철회에 이어 가상화폐 과세 1년 유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검토, 일부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이 정권의 대표 정책마저 뒤집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지를 철회한 중도층, 떠나간 민심을 되잡으려는 선거 전략이다. 제대로 먹힐까.

지난 12일 윤석열은 후보 직속으로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선거대책위원회와는 별도 기구다. 윤석열은 실용주의 정당으로 바꾸고,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아우를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사실상 ‘중도형 제3지대 우군’을 만들겠다는 뜻이겠다. 자기편만 보고 하는 진영 정치에 실망하고 분노해 진보 진영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합류했다. 정권 교체를 강력히 희망하지만 선뜻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못하는 세력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선거판은 예상대로 중도층 잡기로 흐른다.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77.7%, 한국사회여론연구소, 11월 19~20일 조사)는 응답은 여러 조사에서 비슷하게 드러난다. 30% 안팎으로 분석되는 중도층의 성향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도 진보도 중도 보수도 있고, 스윙보터도 있다. 결이 좀 다르다. 이 중에서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을 집단과 투표 의향은 있는데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중도층 잡기의 1차 초점은 후자에 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 명분을 주는 쪽에 투표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무엇이 합리적 명분인가. 핵심은 책임성과 방향성. 여러 조사의 추세는 정권 연장보다 정권 교체에 더 명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재명도 “난 문재인이 아니다.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라고 외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차별성을 보이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문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위선과 무능력의 586운동권 정치 결과에 대한 총체적 책임은 어떻게 되나. 4년 내내 오로지 검찰 개혁 구호만 외친 결과가 요즘의 수사 역량을 조롱받는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다.

“신념에서 나오는 행위의 결과가 나쁘더라도 (신념만 신봉하는) 인간들은 그 책임을 행위자(자신)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책임이자 타인들의 어리석음에 돌린다. 그에 반해 책임윤리를 따르는 사람은 인간의 평균적 결함을 고려한다. 자기 행위를 예측할 수 있는 한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는다.”(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나라를 이끌고 갈 방향성은 가시적 조치나 행동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므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윤석열과 이재명은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앞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의 포용을 내걸었다. 정치권 변화도 얘기했다. 반면 이재명은 과거에 대한 사과와 수정에 중점을 뒀다. 이재명은 방향성을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 그러려면 사과를 넘어 5년 집권 결과에 대한 잘잘못의 책임을 명확히 말해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이 묻는 책임성과 방향성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어느 어용 지식인이 다시 나타나(대한민국 유권자 누구도 그가 말 뒤집고 지금쯤 등장할 줄 알았을 거다) ‘듣보잡 신조어’로 궤변을 늘어놓거나, 얼굴을 비교하는 여성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공격은 중도층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할 뿐이다. 중도층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말은 않지만 후보(측)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보며 표를 줄 명분이나 표를 절대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는데 말이다.

김명호 논설고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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