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승리 도운 엄창록 실화영화 '킹메이커'.."대선 전 개봉은 우연"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재조명
김대중 전 대통령·선거전문가 엄창록
실화에 상상 더해 설경구·이선균 주연
한국 정치판에서 네거티브 전술의 전설, 하면 엄창록(1988년 작고)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에서 유력 후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선거 전문가다. 이북 출신인 그는 1961년 강원도 인제 선거부터 1971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보좌역까지 10년간 김 전 대통령의 참모로 선거를 도왔다. 유권자에게 상대 정당인 척 비호감을 사는 그의 기상천외한 수법은 지금도 정계 야사로 전해온다.
상대 정당인 척 비호감 전술…1970년초 선거판
내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29일 개봉하는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바로 엄창록과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실화가 토대인 작품. 배우 이선균(46)과 설경구(54)가 각각 두 사람을 모델로 한 선거 전략가 ‘서창대’와 정치인 ‘김운범’을 맡았다. 13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 시사로 베일을 벗은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정치판의 빛과 그림자를 대비해 새겨냈다. 4년 전 칸영화제 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된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에서 스타일리시한 액션 누아르로 주연 설경구에게 ‘지천명 아이돌’ 팬덤을 선사한 변성현(41)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 정당할 수 있다면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변 감독의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사 후 설경구‧이선균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변 감독은 “어릴 적부터 이런 도덕적 딜레마가 있었고 정치와 시대는 이 질문을 위한 소재”라며 “장르가 정치 드라마지만 정치에 거리감이 있거나 시대 배경을 잘 몰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다가 단 몇줄밖에 쓰여있지 않은 한 남자에 호기심이 갔다”면서 “정보가 많이 없었다. 기사보다 소위 야사로 불리는 ‘썰’ 종류의 이야기가 많아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기 좋았다”고 했다.
설경구 "첫 대본은 실제 인물 이름…부담돼 바꿔"
“처음엔 전체 대사를 다 목포 사투리로 연습했다가 느낌만 갖고 사투리를 다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오히려 (실존 인물에) 다가가기보다 좀 더 떨어져서 김운범 캐릭터를 연기하려 했다. 연설 장면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톤을 어떻게 잡을지 난감했는데 실제 연설문을 제 것으로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신념과 의지가 있으면서도 참모진과 이야기할 땐 인간적이고, 또 차가울 땐 차가운 입체적인 면이 잘 보였으면 했다”면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폭발물 실화 담아
‘불한당’ 팬을 자처한 이선균은 변 감독과 사석으로 안면이 있던 차에 설경구 추천으로 출연 제안을 받게 됐다. ‘킹메이커’ 촬영 중에도 “서창대의 마음으로 집에 김운범 포스터를 붙여놨다”는 그는 서창대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인물 같다. 여러 출생적 제한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지만 감춰야 하는 고뇌가 있는 인물”이라며 “왜, 라는 질문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인 공화당 풍경도 비췄다. 앞서 지난달 22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변 감독은 “(공화당은) 신민당보다 좀 더 위계질서가 잡혀있고 약간 기름진 분위기”라며 “이쪽(신민당)이 막걸리 분위기면 이쪽(공화당)은 위스키 분위기”라 설명한 바. 선거부정이 만연한 가운데 공화당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황도 그렸다.
변성현 감독 "거짓말 않되 다큐는 아니다"
대선 정국에 개봉하게 된 부담은 없을까. 설경구는 “코로나 시국에 미루고 미루다가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우연찮게 개봉 날짜를 잡은 것”이라며 “메시지를 던져주려는 목적을 갖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보는 분마다 의미가 있을 것”이라 했다. 변 감독은 “부담 안 되는 건 아닌데 안 가지려 한다”면서 “장르 영화나 상업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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