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느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로봇으로 완성도 높인다

민태원 2021. 12. 13. 2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온 떨어지면서 근육·인대 등 무릎 주변 조직이 수축되어 고통
로봇 시스템 활용하면 환자와 CT 자료 등 매칭으로 정확히 수술
출혈 적고 재활 수월해 회복 빨라

의료진이 마코 로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수원윌스기념병원 제공

매년 12월이 되면 증가세를 보이는 수술이 있다. 바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3년간(2018~2020년) 통계를 살펴보면 무릎 인공관절 수술 시행 건수가 가장 많은 달은 12월(평균 1만2603건)이었고 다음이 1월(1만2304건)이었다.

겨울철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느는 것은 쪼그려 앉아 일하는 시간이 많아 퇴행성관절염에 시달리는 농업인들이 미뤘던 무릎 치료를 농한기에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추운 날씨도 관련이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과 혈관, 인대 등 무릎 관절 주변 조직이 수축하면서 혈액 순환이 둔해지고 관절 속 관절액도 굳어진다. 그러면 기존에 있던 관절 염증과 부종이 악화되고 통증도 심해진다.

특히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버린 말기 관절염 환자들의 고통은 가중되는데, 이전에는 수술 걱정으로 통증을 참고 진료를 미뤄오다 뚝 떨어진 기온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수술 받으러 병원오는 경우도 많다.

말기 관절염 환자들이 대상인 인공관절 수술은 매년 6만건 이상 시행되고 있다. 수술 만족도나 성공률이 높은 편이지만 미세한 수술 오차로 이물감 등 불편함이 발생하거나 인공관절의 마모 속도를 앞당길 수 있어 수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전 과정에서 로봇 프로그램으로 환자의 무릎 데이터를 확인·분석 가능해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태훈 정형외과 전문의(수원윌스기념병원 원장)는 13일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환자마다 무릎 뼈 모양이나 힘줄, 인대, 근육 등의 상태가 다르다”면서 “로봇 시스템은 수술 전 CT촬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뼈 모양을 3D영상으로 구현함으로써 최적의 삽입물(인공관절) 크기와 위치를 결정하게 돕는다. 이를 참고해 수술에 들어가서는 실제 환자의 다리와 CT자료를 매칭해 더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무릎 관절염을 앓아온 김모(86·여)씨는 얼마 전 말기로 진행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고령이라 수술 부담이 컸지만 약을 먹어도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수술을 마냥 미룰 수 없어 최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로봇 수술이 출혈과 고통이 더 적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면서 “1주일이 지난 현재 통증이 거의 없어 밤에도 잘 자고 있으며 재활 치료도 수월하게 받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씨처럼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렀는데 수술 이후의 회복 과정이 엄두가 나지 않아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도 적지 않다. 감염과 합병증 등 수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체력적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근래 이런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는 ‘마코 로봇’(미국 스트라이커사)을 인공관절 수술에 도입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마코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로봇팔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은 사전 CT촬영을 통해 얻은 환자의 무릎 정보를 3D로 구현해 절삭 뼈 부위, 삽입할 인공관절의 크기와 각도, 위치 등을 정확히 계산해 수술 의사에게 제시한다. 의사는 로봇팔을 잡고 환자의 무릎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술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은 최근 마코 로봇을 들여왔다. 특히 마코 로봇에는 계획된 수술 부위만 정확하게 깎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장치인 ‘햅틱(Haptic Technology)’이 장착돼 있어 절삭 범위 외에 근육, 인대 등 다른 부위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출혈이 적어 수혈로 야기되는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는게 병원 측 설명이다.


실제 2018년 국제 학술지(The Bone&Joint Journal)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마코 로봇을 이용해 수술받은 환자의 퇴원까지 걸린 시간은 77시간으로 일반 인공관절 수술(105시간) 보다 훨씬 빨랐다.

또 로봇 인공관절 수술과 일반 인공관절 수술 후 물리 치료 횟수(5회 vs 11회), 수술 후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리기까지 걸린 시간(20시간 vs 31시간)에서도 차이가 났다. 수술 후 최대 무릎 굴곡 각도도 로봇 인공관절 수술(104.1도)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93.3도)에 비해 훨씬 컸다.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는 “마코 로봇은 조기 기능 회복과 퇴원 및 재활 기간 단축을 도와 환자가 빠르게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