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먹통인데 어쩌라고" 방역패스 첫날, 인증대란 자초한 정부

조슬기나 2021. 12.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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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서소정 기자, 차민영 기자] #1."백신 맞았어요. 쿠브(Q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이 안 뜨는데 어떡합니까."

코로나19 방역패스 적용 첫날인 13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 IFC 몰 식당가에는 평소보다 훨씬 긴 줄이 늘어섰다. 식당 내 빈자리가 곳곳에서 확인됐지만 좀처럼 입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도, 종업원들도 문 앞에 서 스마트폰을 든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 전자증명 시스템이 마비된 탓이다. 결국 일부 식당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수기 명부를 다시 꺼내는 등 방역패스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 모습까지 확인됐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해 방역패스 및 추가접종 확대 대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13일부터 식당, 카페, 학원, 도서관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를 증명하거나 감염되지 않았다는 음성 결과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 지난 6일부터 확대 적용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계도기간이 끝나 이날부터 단속이 이뤄진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방역패스 확대를 예고해온 정부가 적용 첫날부터 '인증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전부터 접속이 어느 정도 몰릴 지 예상해 대비해야 했지만, 기본적인 서버 증설 등의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는 오후 8시가 가까운 시간에서야 이날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접속 장애를 빚은 QR코드 전자증명 시스템은 오후 1시반 경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쿠브 앱과 연동된 네이버와 카카오의 QR코드 시스템도 비슷한 오류가 발생했다. 쿠브 앱과 연동 없이 네이버, 카카오가 제공하는 전자출입명부용 QR 코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질병청은 직후 "쿠브 서버가 위치한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로 인해서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운영상 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 요청만큼 서버 용량을 늘렸고, 용량 초과에 따른 이상 현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몇시간 후 질병청은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운영 서버는 KT DS 클라우드센터에 있다고 한 것은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서버 운영 상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다"라고 재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증대란의 원인을 방역패스 확대를 앞두고 질병청이 추진한 서버 증설 규모가 이날 접속량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 또는 네트워크 과부화로 인해 더이상 쿠브 앱 연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던것 같다"며 "이 경우 서버 등 장비 증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역패스를 의무화할 경우 접속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정부가 수요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질병청은 "방역패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위해 시스템 개선 중이었으며, 그 전까지는 계도기간 상황에 대해 질병청에서 서버 부하 등 모니터링을 지속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KT측에 어느 정도의 증설을 요청 했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KT측에서는 질병청 요청에 의해 서버 증설 규모 등을 제안받아 수행하며, 운영 용량 또는 사용자 등의 추산치로 (KT가) 요청하지는 않는다"고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미 예고됐던 사태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식당 관계자는 "지난 주에도 점심시간 쯤 쿠브 앱 인증이 잘 안되는 일이 있었다"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고된 사태"라고 꼬집었다. 수차례 방역패스를 강조해온 정부가 스스로 인증 대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실패한 질병청이 1차로 문제가 있다"면서 "클라우드 전문성을 갖춘 KT 역시 트래픽 과부하에 따른 비상대비책을 충분히 마련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질병청은 정상화를 위해 관련 기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일부 식당에서는 "백신을 접종했다"는 손님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사실상 사용이 금지된 수기 명부로 대체하는 모습마저 확인됐다. 하지만 식당, 카페, 학원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방역패스가 있어야만 한다. 방역패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이용자도, 업주도 모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30대 직장인 조 모씨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하니 무작정 들어가게 해달라 할 수도 없고, 쿠브 앱은 먹통이 되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며 "한참을 (쿠브 앱 접속을) 시도하다가,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둔 접종 증명서 사진을 찾아 겨우 들어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 씨가 이날 식당 앞에서 줄 서서 허비한 시간은 30분가량이다.

또 다른 식당 관계자는 "과태료를 물리겠다면서 기본적인 인증 시스템조차 버벅이면 어쩌자는 거냐"며 "가장 바쁜 점심시간대에 , 백신 접종 완료했으니 자리를 달라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시스템 과부하에 따른 것인 만큼 이날 방역패스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질병청은 이날 오후 늦게 "오늘 하루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고, 오늘 적발된 방역패스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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