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김정은 정권, 美와 전쟁보다 中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봐"
북한이 미국보다 중국을 장기간 정권 유지에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고 북한 관리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시장경제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한때 허술했던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갈등 국면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전쟁보다 중국의 침투를 더 큰 위협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선임 연구원은 FT에 "북한은 냉전 시기에도 중국과 소련 사이의 긴장 상황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면서 "북한에는 '일본은 100년의 적, 중국은 1000년의 적'이라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북한 내에선 중국의 위협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단 얘기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도 FT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이 이데올로기적 유대를 맺고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북한의 방첩 요원이라면 누구나 중국이 북한 내부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을 가장 큰 국내 안보 위협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탈출한 고위급 인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면서 평양에 친중 정권 수립을 대비한다는 의혹이 계속돼 왔다. FT는 2013년 처형당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중국 관리들과 친분이 깊었으며 2017년 암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도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FT는 북·중 두 나라는 6·25 전쟁 동맹이었지만 북한 입장에서 1992년 한·중 수교가 가장 큰 배신이었다고 전했다. 아시아 전문가인 존 델루이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평양(북한)을 순식간에 버렸다"며 "(북한이) 전쟁을 우려하면 미국을 걱정하겠지만, (체제) 전복이나 쿠데타를 우려한다면 중국을 훨씬 더 걱정한다"고 말했다.
델루이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중국에 경제를 개방하는 것은 왕국을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의 투자로 2014년 완공됐지만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신압록강대교와 2008년 북한 내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 대상자로 이집트 기업인 오라스콤을 선택한 것을 예로 들었다.
중국은 북한이 주한미군과 직접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완충지대로 남아있기를 원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팀슨센터 윤 선 선임 연구원은 FT에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바라는 중국은 북한 주민들이 굶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조치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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