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먹통인데 어쩌라고" 방역패스 첫날, 스스로 인증대란 부른 정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백신 맞았어요. 쿠브(Q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이 안 뜨는데 어떡합니까." "죄송합니다. 백신 접종 여부까지 확인해야만 합니다."
코로나19 방역패스 적용 첫날인 13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 IFC 몰 식당가에는 평소보다 훨씬 긴 줄이 늘어섰다. 식당 내 빈자리가 곳곳에서 확인됐지만 좀처럼 입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종업원들도,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도 문 앞에 서 스마트폰을 든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 같은 인증대란은 방역패스 적용 첫날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 전자증명 시스템이 마비된 탓이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 화면에는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라는 안내문만 나왔다.
일부 방문객들은 "백신 맞았는데 안심콜 인증으로 들어가면 안되냐" "점심시간이 다 끝나간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기 명부나 안심콜로는 방문객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탓에 종업원들은 입구를 막아선 채 연신 "죄송하다.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만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방역패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이용자도, 업주도 모두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식당, 카페, 학원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방역패스가 있어야만 한다. 방역패스 없이 이들 시설을 출입할 경우, 이용자는 1회 당 10만원, 시설 운영자는 1차 적발시 150만원 등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30대 직장인 조 모씨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하니 무작정 들어가게 해달라 할 수도 없고, 쿠브 앱은 먹통이 되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며 "한참을 (쿠브 앱 접속을) 시도하다가,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둔 접종 증명서 사진을 찾아 겨우 들어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 씨가 이날 식당 앞에서 줄 서서 허비한 시간은 30분가량이다.
그나마 사진, 문자 등으로 접종 인증에 성공한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20~30분을 대기하다 굶주린 배로 돌아서거나, 식사 약속을 잡았다가 식당 앞에서 모임이 파토 나기도 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 주까지 쿠브 앱을 잘 사용했기에, 오늘 같은 먹통 대란은 예상하지도 못했다"며 "이러다 굶고 회사로 복귀할 판이니 식당 앞에서 모임을 취소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인증 대란을 일으킨 시스템은 오후 1시가 가까워서야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쿠브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의 QR코드 시스템도 비슷한 오류가 발생해 이용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점심시간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쿠브 서버가 있는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질병청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현재 쿠브 서버가 위치한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로 인해서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현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사전예약은 아직까지 특별한 장애 없이 운영이 되고 있고, 쿠브 서버의 경우에 기능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화를 위해 관련 기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주 전부터 방역패스 확대를 예고하고도 정부가 기본적인 서버 증설 등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방역패스를 의무화할 경우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날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운영상 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가 사전부터 접속이 어느 정도 몰릴 지 예상해 대비해야 했지만, 앞서 추진한 서버 증설 규모가 이날 접속량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수요 예측 실패인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식당 관계자는 "지난 주에도 점심시간 쯤 쿠브 앱 인증이 잘 안되는 일이 있었다"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고된 사태"라고 꼬집었다. 수차례 방역패스를 강조해온 정부 스스로 인증 대란을 초래했다는 비판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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