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촬영 땐 최저시급도 안돼" 연기자노조, 제작사들 공정위 신고
[손가영 기자]
▲ 방송연기자노조,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드라마 제작사 8곳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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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배우 최저 출연료는 70분 미니시리즈 기준 방영 1회당 40~50만원 가량이다. 그런데 출장이 잡히면 손에 남는 게 없다. 야외비, 숙박비, 식비, 교통비 모두 출연료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배우 B씨는 전남 장흥에서 촬영이 있었을 때 1회분을 위해 서울과 장흥을 4번이나 오갔다. 숙식비로만 40만 원 넘게 나가니 최저 시급도 남지 않았다.
대박 난 드라마의 수익은 제작에 참여한 모두가 같이 분배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특히 재방송, 재사용 등이 원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의 저작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배우들의 관심사다. 지금은 이 권한을 모두 OTT 플랫폼에 양도해 제작사조차 저작권자에서 배제됐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대외협력국장이 13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열린 < OTT시대 방송환경 '급변' 방송연기자 불공정계약 '불변' > 기자회견에 나와 연기자들이 처한 실태를 증언했다. 제작사의 불공정 계약으로 연기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였고 OTT 시장의 확장으로 불공정 사례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연기자노조와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는 회견 후 드라마 제작사 8곳이 약관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근래 방영된 10개 드라마 연기자 계약서를 분석해 찾아낸 불공정 약관을 10개 항목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지옥> 포스터 |
ⓒ 넷플릭스 |
"권리 제작사에 양도" 10개 불공정 조항 신고
'추상적인 계약 기간'은 현장에서 가장 불만이 많이 접수되는 문제 중 하나다. 계약 종료일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방송 완료 시', '프로그램 방영 종료 시', '출연자의 모든 활동의 제공이 완료될 때' 등으로 제작사에 유리하게 정하는 불공정 조항이다.
방송연기자노조는 ▲야외 촬영비, 숙식비, 교통비 등을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장면 재사용, 회상 장면, 사진·목소리 출연 등의 대가까지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방송출연 관련해 일체 권리에 대한 대가'를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드라마상의 서비스'를 모두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등도 불공정 계약 조항이라고 밝혔다.
함께 기자회견을 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제작사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연기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며 연기자의 초상이나 저작물 등을 대가 지급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에 부당하다"고 밝혔다.
'방송 여부'를 기준으로 방송 횟수를 정하는 조항도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연기자의 촬영분이 편집이 돼 방송에 나가지 않으면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다.
▲ 방송연기자노조,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드라마 제작사 8곳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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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불공정 조사 정부 인력 한 명도 없다"
신고를 대리한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의 김종휘 변호사는 "특히 현재 OTT 시장 구조에선 감독(저작자), 배우(저작인접권자) 등이 만든 저작물(드라마)이 예상치 못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더라도 수익은 투자자인 OTT 업체가 모두 가져가게 돼 있어 외주제작사, 감독, 배우 등은 수익의 과실을 전혀 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에 "프랑스, 독일 등에서 인정하는 '추가보상권'을 영상 저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추가보상청구권은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후 예상치 못한 현저한 수익 불균형이 발생한 때 수익의 분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밝혔다.
제도 개선을 강조한 강신하 변호사(민변)는 "문화예술계에 불공정 계약 문제는 빈번히 발생하지만 공정위 안에 문화산업의 불공정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조사 담당 인력이 전혀 없다"며 "현행 법 체계상 문화체육관광부가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에 시정조치를 내렸는데 시정하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할 수 없고 강제 조사권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연기자와 제작사, 방송사, OTT까지 종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생 협약을 맺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980~1990년대 문화산업을 이끈 홍콩이 불공정,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 못해 결국 새로운 세대를 키워내지 못하고 쇠퇴했듯, 한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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