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거리두기 강화" 건의에, 文 "후퇴 안돼" 강력 반대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방역당국은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청와대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은 기존보다 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보고해왔다”며 “그러나 청와대가 ‘후퇴는 안 된다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반대하면서 방역당국의 제안이 채택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전한 의사결정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했다”며 “특히 대통령의 반대 수위가 방역당국이 당혹스러워 할 정도로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방역당국은 방역 상황만 고려해 무조건 거리두기를 강화하자고 주장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의사 결정권자는 방역과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문제와 관련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병상상황을) 확진자가 1만명까지 늘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만명 병상 수용이 가능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여권 핵심 인사는 “방역당국이 1만명 병상이 가능하다고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보고의 요지는 순간적 확진자가 1만명을 찍는 상황을 의미했을 뿐, 지금처럼 1만명 가까이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는 상황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문 대통령이 병상 확보 수준을 1만명으로 특정하면서 이미 발생한 병상부족 사태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됐고, 향후 방역조치 변경에 따른 정치적 부담까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여권 인사들도 “문 대통령의 의견이 방역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면서 3개월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백신의 효과, 병상치료를 고집하는 환자의 성향 등 반드시 고려했어야 했던 요소들이 다수 간과됐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중대본부장인 김부겸 총리와 매일 통화해 코로나 관련 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일정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이틑날인 10일 보고부터 생략됐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방역 조치 강화에 반대한 것과 관련, “대선을 앞두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불만을 감안한 정치적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지원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엔 코로나 환자 급증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레이스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됐다고 보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코로나 상황실장인 신현영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문가는 사실상 5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위중증 환자가 누적되고, 병상 대기자가 쌓이는데 상당수가 고령층 기저질환자라는 게 가장 큰 우려된다”며 “빠른 방역 강화 대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 코로나 방역체계가 급속히 무너진 건 정부가 ‘성급한 위드 코로나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며 “어서 병상을 확보하고, 위중증으로의 악화를 줄이는 적정 치료 대책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이송 체계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강태화ㆍ오현석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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