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FA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잠잠했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2022 스토브리그는 역대급 영입전이 예고됐다. 국가대표 경력 선수가 9명이나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성범, 김재환, 박건우, 손아섭 등 대어로 평가받는 외야수가 많았다.

첫 계약은 시장 개막 이틀 만에 나왔다. 포수 최재훈이 지난달 27일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기간 5년, 총액 54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후 보름 동안 추가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탐색전이 길어졌다. 선수의 눈높이가 예년보다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허경민과 정수빈이 원소속팀 두산과 각각 7년, 6년 '장기' 계약에 성공한 사례가 올해 FA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계약 기간부터 줄다리기하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최재훈이 예상보다 후한 계약을 따낸 점도 자극제였다. FA 자격을 얻은 한 선수는 "아무래도 선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 계약(최재훈)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따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구단은 당연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계약을 추진한다. 지난주까지 물밑 협상만 활발했던 이유다.

하지만 개장 3주차에 접어들면서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는 2호, 3호 계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일단 연말 시상식 일정이 막을 내렸다. 각 팀 사장, 단장 그리고 실무진이 본격적으로 선수 측과의 협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국군체육부대 야구단(상무)에 합격한 선수들이 14일부터 군 보류 선수로 신분이 전환되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B 등급 외부 FA를 영입하는 팀은 해당 선수의 원소속팀에 보호 선수 명단 외 한 명을 보상 선수로 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군 보류 선수는 자동으로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된다. 유망주를 빼앗기는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다.

협상 구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선수도 있다. 최대어로 평가받는 나성범이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취재진이 협상 분위기를 묻자 "어떤 팀을 말하는 것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원소속팀 NC 다이노스 외에 협상 창구를 더 두고 있다는 속뜻이다.

이후 KIA 타이거즈가 다년 계약과 천문학적인 액수를 나성범에게 제시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나성범은 초·중·고 학창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다. KIA는 현재 나성범 영입설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과의 재계약에도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부 FA 영입으로 외야진 공격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장정석 신임 단장이 부임하기 전부터 움직였다.

나성범의 이적설은 NC의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두고, 상황에 맞춰 실행에 옮길 것이다. 이미 다른 선수와 접촉했다는 소문도 있다. 나성범이 거취를 결정하면 다른 FA 선수들의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연쇄 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FA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