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찌르고 들판엔 시신이..홍콩 초등생 잔혹 역사영상 파문
당국 "전쟁 자체 잔혹..편면 보도 유감"
13일 오전 중국 난징(南京)에서 지난 1937년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 84주년을 추모하는 국가추모일 행사가 열렸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난징대학살 기념관 광장에서 거행된 행사에는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를 비롯해 3000여명의 시민 대표가 참석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난징대학살이 발생한 12월 13일을 국가추모일(公祭日, 공식제사일)로 지정한 이후 해마다 범국가적인 추모행사를 열어왔다.
특히 올해 추모일을 맞아 홍콩 교육 당국이 배포한 영상 교재를 단체로 시청한 초등학생이 잔인한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고 홍콩 명보가 13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홍콩의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교육국은 지난달 22일 관할 초등학교에 국가추모일 당일에 40분간의 추모 활동을 진행하라는 통지와 함께 자체 제작한 교재와 영상물을 배포했다. 이에 홍콩 위안쉬안(圓玄) 소학교는 지난주 9일 추모활동을 열고 교육국에서 제공한 영상을 단체 시청했다. 영상물은 홍콩 텔레비전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세기 장정(世紀長征)』 28회 ‘국난으로 향하다. 난징 대학살’에서 편집한 5분 분량의 영상이다. 영상에는 “이하 일부 영상이 시청자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는 안내가 첨부됐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가감 없이 포함됐다. 영상 교재 중간 부분에 50초 가량 포함된 일본군이 평민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비무장 포로부터 일반 시민, 70~80세 노인부터 갓 태어난 유아까지 일본군의 학살 대상이 됐다”는 해설이 흘러나왔다. 온몸이 밧줄로 묶인 채 매장되는 시민과 시체가 널려있는 들판도 화면에 가득했다.
학살 장면에서 일부 학생들이 놀라는 한편, 몇몇 학생은 공포에 울음을 터뜨렸다며 학생의 부모들을 취재한 아이디 ‘Read write and seek’를 쓰는 익명의 언론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1일 폭로했다. 여론이 악화하자학교 측은 11일 가정통지를 통해 해당 활동은 역사를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로 마련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교 측도 일부 학생이 불안감을 느껴 마음이 아프다”며 “향후 아이들의 생각을 유의하면서 민족과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홍콩 교육국도 12일 “역사는 역사일 뿐 회피할 수 없으며, 전쟁 자체가 잔혹한 것으로 반드시 역사에서 평화를 아끼고, 생명을 존중하고, 타인을 용서하고, 국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며 “사회는 교사를 신뢰하고 편면적인 언론 보도에 잘못 이끌려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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