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망 100명·위중증 1000명 우려.. "일시적 거리두기 시행을"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이후 연일 방역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하루 사망자 100명, 입원 중 위중증 환자 1000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각종 지표는 모두 위드 코로나 시작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 이후 확진자는 15만8396명으로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52만3088명 중 30.3%에 달하고, 사망자는 1444명으로 누적 사망자 4293명 중 33.6%에 달한다. 입원 중 위중증 환자 수도 876명으로 전날 894명 대비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6일 연속 8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달 1일 343명 대비 2.6배 뛴 수치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2.6%로 지속적으로 위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821병상 중 단 109병상만 남아 86.7%가 가동되고 있고, 서울과 인천은 각각 90.6%, 92.4%로 사실상 쓸 수 있는 병상은 모두 가동되고 있는 수준이다. 수도권의 거친 확산세로 당국은 비수도권 이송을 대안 중 하나로 내놓고 있지만 대전(28개), 강원(36개) 등 인근 지역도 병상이 모두 가득 찬 상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통상 감염 후 1~2주 후 위중증, 다시 1~2주 후에 사망으로 치닫는다"며 "3주 전 일일 확진이 3000명이었는데 현재의 7000명 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하루 사망 100명, 입원 중 위중증 1000명 상황도 얼마든 발생할 수 있다. 유행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면 통제 불능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당초 지난 10일 추가 사적모임 인원 제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의 ‘특단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민생 경제에 끼치는 영향 등을 이유로 이러한 조치보다는 3차 접종 간격의 3개월 변경 등 백신 접종을 통한 돌파구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특단의 조치의 기준선에 대해 "중환자실, 준중환자실의 가동률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다"며 "더 압박을 받게 돼 중증 환자들에 대한 정상적 치료가 위험해질 수 있다면 그때는 좀 더 강한 방역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서는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위드 코로나에 대비하는 의료대응체계 구축은 사실상 어렵다"며 "제대로 된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 위드 코로나를 2주가량 잠시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노조 측은 "병상확대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속도가 확진자와 중증환자 발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재택치료조차 행정력의 한계, 의료기관의 재택치료 관리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관리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과정에서 방역상 피해가 나올 것은 예상했지만 준비 속도에 비해 방역 상황의 악화 속도가 빠르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방역 강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의 단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생 경제 영향을 이유로 방역 강화를 미루는 데 대해서는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면서 "위드 코로나가 원활히 정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손실 보상인 만큼 난관이 있다면 이를 해결해야지 공공의 이득을 놓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이날 공동 성명서에서 "지금은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멈춤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긴급 멈춤을 통해 유행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시적으로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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