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우유업계 성인지 감수성

한승주 2021. 12. 1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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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딱 달라붙는 얼룩무늬 짧은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최근 서울우유 광고 사태로 촉발된 '젖소=여성'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우유업계의 해묵은 문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우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영상에선 강원도 청정 목초지에서 흰옷을 입고 요가 등을 하는 여성들이 어느 순간 젖소로 바뀐다.

여성을 젖소에 비유했을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불법 촬영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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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몸에 딱 달라붙는 얼룩무늬 짧은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한눈에 봐도 젖소가 연상되는 의상이다. 남성들은 여성의 몸매에 노골적으로 감탄한다. 우유 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홍보용으로 제작한 웹툰에서다. 이 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법정단체로 웹툰이 문제가 되자 지난 11일 부랴부랴 삭제했다. 여성을 젖소에 빗댄 이 콘텐츠는 2014년 제작돼 7년 동안이나 사용돼 왔다. 최근 서울우유 광고 사태로 촉발된 ‘젖소=여성’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우유업계의 해묵은 문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위원회가 제작한 또 다른 웹툰에도 ‘여성=다이어트’라는 그릇된 고정관념이 드러난다.

앞서 서울우유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영상 광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 29일 서울우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영상에선 강원도 청정 목초지에서 흰옷을 입고 요가 등을 하는 여성들이 어느 순간 젖소로 바뀐다. 여성을 젖소에 비유했을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불법 촬영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이런 비상식적 광고가 도대체 어떻게 기획 단계를 거쳐 예산을 받아 촬영되고 공식 채널에 공개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서울우유는 2003년 요구르트 신제품 행사에 알몸의 여성 모델을 출연시켰다가 공연 음란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턱없이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임원은 문진섭 협동조합장을 비롯해 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9명, 사외이사 1명, 감사 2명, 간부 직원 4명인데 모두 중장년 남성이다. 어린이·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하는 우유회사에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놀랍다.

업계 1위 서울우유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1조7548억원의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국민 우유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까. 영상이 문제가 된 후 열흘이 지나서야 두루뭉술한 사과문 하나 내놓은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미 불매운동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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