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김준엽 2021. 12. 1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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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승진이란 얘기는 퇴임한 임원도 가장 많다는 얘기에요. 승진자가 많을수록 회사 내부는 어수선해요."

여러 해 임원 인사를 지켜보니, 임원 승진은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運九技一)쯤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대기업 임원을 하다 퇴임하면 재취업 기회가 제법 많았다.

조금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대기업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전직 대기업 임원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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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산업부 차장


“역대 최대 승진이란 얘기는 퇴임한 임원도 가장 많다는 얘기에요. 승진자가 많을수록 회사 내부는 어수선해요.”

한 대기업 부장급 간부는 연말 기업 인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좋은 상사와 더는 함께 일할 수 없게 된 안타까움, 보기 싫은 상사에게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감, 새로운 임원에 대한 기대감 등 인사 결과에 따라 사내 희비가 엇갈린다. 이 숫자가 커질수록 회사 내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는 건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한다. 실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임원이 되기 어렵다. 그해 회사 상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여러 해 임원 인사를 지켜보니, 임원 승진은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運九技一)쯤 된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능력 있는 사람인데, 하필 그해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서 승진을 못 한 경우도 봤다. 최근 1~2년 사이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보수적인 인사를 하면서 누가 나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인사 적채 때문에 승진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반면, 회사 내부에서 박한 평가를 받는데 예상을 깨고 승진하는 케이스도 있다. 이 경우 1년 후에 바로 짐을 싸는 경우가 상당수다. 오죽하면 회사가 해고를 쉽게 하려고 1년짜리 ‘계약직’ 임원을 시켜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성과만 중시하느라 주변 직원들에 모질게 대한 것이 독이 돼 짐을 싼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회사가 성과만 중요하게 봤지만, 요즘에는 직원들과의 관계 등 다른 요소도 평가 기준으로 삼는 등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져 영향을 받은 경우다.

올 연말 인사의 특징은 3040 전면 배치, 젊은 CEO 조기 육성 등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주류였던 60년대 중후반 출생 세대가 하나둘 자리를 내놓고 70년대 중반 태어난 X세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1984년생(37세) 상무를 배출하기도 했다. 나이를 중시하는 연공서열 대신 능력만 보겠다는 시그널이 어느 때보다 강했다. 하지만 이는 실력만 보겠다는 의미보단 같은 값이면 젊은 사람을 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MZ세대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으나, 역으로 나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다. 이제 막 50세를 넘긴 지인은 능력만 있으면 조기 승진을 보장한다는 인사 제도 개편에 상당히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본인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걸림돌이 될지도 몰라 불안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임원을 하다 퇴임하면 재취업 기회가 제법 많았다. 조금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대기업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전직 대기업 임원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이들이 갈 만한 중견·중소기업의 숫자도 많지 않고, 중장년층을 원하는 기업의 수요도 적다. 50대 초중반에 대기업 임원에서 물러나면 이후에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조사 결과,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10명 중 7명은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계약종료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 퇴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주된 경력 분야가 아니라도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었다. 기존에 몸담고 있던 분야는 나이 때문에 더는 자신을 찾지 않아 다른 쪽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승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나이가 물러나는 이유가 되는 것도 불합리해 보인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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