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무너짐을 목격하다

2021. 12. 1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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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과 마약김밥으로 유명한 광장시장엔 먹거리가 가득하다.

지금은 북적임이 덜하지만 청계천이 복원된 후로 광장시장은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먹자골목으로 유명해져 그곳에 가면 주문법을 고민 중인 외국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 후 오랫동안 광장시장은 한복산업의 메카였다.

광장시장 1층의 한복 상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어둡고 컴컴하고 2층 원단 상가도 불 꺼진 매장이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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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패션마케터


빈대떡과 마약김밥으로 유명한 광장시장엔 먹거리가 가득하다. 지금은 북적임이 덜하지만 청계천이 복원된 후로 광장시장은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먹자골목으로 유명해져 그곳에 가면 주문법을 고민 중인 외국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배를 채우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폐백·이바지 음식점과 한복집, 자투리 원단 가게들을 만나게 된다. 타임머신을 탄 듯 다소 낯선 풍경이라고도 한다. 한국전쟁 후 오랫동안 광장시장은 한복산업의 메카였다. 상가 2층과 3층에는 한복 직물을 취급하는 원단 가게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그 일대로 한복 부자재 상점과 바느질 집, 소매점들이 모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자체가 줄고 혼주 한복도 빌려 입는 일이 흔해지면서 전통 한복산업은 한마디로 무너지고 있다. 설과 추석에 유치원 아이들이 한복을 입는 일도 줄어 아동 한복 시장도 내리막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지만 한편으로 새로 뜨고 있는 한복 업체도 많다. 한복을 빌려주는 온라인 상점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입기 편한 신한복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젊은층의 한복에 대한 관심과 사용이 늘어 천만다행이고, 언젠가는 이 관심이 고급 전통 한복으로도 번져가겠지만 그사이 전통 한복을 취급하던 가게들의 무너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많이 폐업했다. 광장시장 1층의 한복 상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어둡고 컴컴하고 2층 원단 상가도 불 꺼진 매장이 더 많은 것 같다. 외롭게 불을 켜고 있는 한 사장님은 3대째 이어온 가업인 데다 우리 전통을 지켜왔다는 사명감에 과감히 포기도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서커스에서 이쪽 줄을 잡고 있다가 저쪽에서 오는 그네로 갈아타는 곡예를 보는 것 같다. 새로운 트렌드가 오고 있긴 한데 그사이를 뛰어넘거나 버티지 못하고 추락하는 자영업자들을 보며 그 틈을 밑에서 받쳐드릴 방법은 없을까 고민만 많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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