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軍, 그들은 그들답게

2021. 12.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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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학대를 다루는 영화, 입대한 아들의 군 처우에 대해 지휘관을 질책하는 기사, 군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목소리 등등 말이다.

하지만 군대는 바로 그렇게 하는 곳이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지휘관은 현장에서 그의 부하들을 절대적으로 통제해야 하고, 군대에서 손가락을 다친 병사 아버지가 지휘관에게 항의한다고 해서 그 지휘관의 권위를 훼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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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요즘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학대를 다루는 영화, 입대한 아들의 군 처우에 대해 지휘관을 질책하는 기사, 군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목소리 등등 말이다.

필자는 얼마 전 지금의 군 내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어느 한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에서 인용한 어느 일선 대대장의 비통한 말 한마디가 아직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민원과 문책이 두려워 제대로 된 훈련도 할 수가 없다”는 장탄식이었다. 현재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부실 급식, 성 비위 등과 같은 문제들 그 자체를 옹호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하에 군 본연의 모습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미군을 향해 “군은 지키고자 하는 국가 미국의 사회 변화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군이 변화를 ‘절대적으로 포용’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다. 군대는 자신이 지켜야 할 일반 사회와 같은 모습이 되어선 안 된다. 군대가 잘하는 것이 있다면 젊고 평범한 남성을 징집해 원래의 모습을 부수고 애국심 넘치는 용감한 군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기풍과 용기, 의무, 명예와 같은 군인 정신을 심어준다. 이러한 것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가치들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군대는 바로 그렇게 하는 곳이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

1957년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군인과 국가’에서 군인과 정치인 사이의 긴장은 각자 가지고 있는 전문성의 본질적인 차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썼다. 그는 군인 정신이 보수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라고 묘사했다. 바람직한 민군 관계의 모델로 ‘객관적 문민 통제(objective civilian control)’를 제시하며, 명확하게 정의된 군사 영역 내에서 군이 자율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대는 보통의 사회와는 다른 별개의 사회로서, 때로는 일반 사회의 상식과 충돌되더라도 군만의 독특한 가치와 일하는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군대는 일반 사회의 작동 방식과 너무 비슷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군의 기풍은 일반 사회의 자유롭고 부드러우며 관용적이고 여성스러운 덕목과는 달라야 한다. 병사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가을 낙엽 같은 존재가 돼선 안 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의무에 관하여’에서 그리스 단어 ‘안드레아(Andreia)’를 강조했다. 이 단어는 바로 강인함(Fortitude), 남자다움을 의미한다.

군인은 창의 끝이다. 그리고 그 끝은 끊임없이 날카롭게 유지돼야 한다. 군인들은 교실에 앉아 성인지 교육을 받는 것보다 훈련장에서 지쳐서 쓰러질 정도의 훈련을 해야 한다. 지휘관은 현장에서 그의 부하들을 절대적으로 통제해야 하고, 군대에서 손가락을 다친 병사 아버지가 지휘관에게 항의한다고 해서 그 지휘관의 권위를 훼손해선 안 된다.

문민 통제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군대는 그 자체가 군대이어야 한다. 군대의 목적과 임무는 전장에서의 승리다.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에서 ‘인간에 대한 저주는, 인간의 타락이 아닌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군의 고유 영역을 인정하자. 이것은 군인들이 일반 사회를 파괴하고자 호시탐탐 노리는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마지막 ‘선(line)’이 될 것이다. 군대가 그 선을 지킬 수 있도록 언제나 지지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 역할이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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