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진술 방치한 경찰..나흘뒤 전 여친 모친 살해 비극

오원석 2021. 12. 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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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모씨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중이었던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이모(26)씨가 12일 오후 구속됐다.


법원 "도망할 염려 있다"

서울동부지법 하세용 판사는 이날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법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갔나', '신고당한 것에 보복하려고 갔나', '집 문은 어떻게 열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영장심사가 끝나고 법정 밖으로 나올 때는 "보복살인한 것이 맞냐"는 물음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어머니 살해, 남동생 중태

이씨는 지난 10일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전 여자친구 A씨(21)의 집을 찾아가 A씨 어머니(49)와 남동생(13)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어머니는 숨졌고, 남동생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해 갔으며, 범행에 직접 사용한 흉기 외에도 다른 범행도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주소를 알아낸 경위와 관련해 이씨는 '흥신소를 이용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씨는 같은 건물 거주자들이 출입하는 것을 엿보며 공동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냈으며, 범행 현장으로 들어가기 전 5시간 가까이 주변을 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모씨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신변보호 중 참변' 비판

최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호보를 받던 중인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씨의 범행을 막지 못한 경찰에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A씨에 대한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는 이씨의 범행 나흘 전 '여성이 감금당하고 있다'는 신고에 따라 가동됐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A씨의 아버지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딸이 감금된 것 같다"고 강남경찰서에 최초로 신고하면서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 위치를 추적하고 충남 천안 지역으로 출동했으나, 그곳에 A씨와 이씨는 없었다. 현장 관계자는 두 사람이 대구에 있다고 전했고, 경찰은 대구에서 A씨와 이씨를 찾아 분리 조치했다.

A씨는 처음엔 피해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분리 조치 후에는 '감금돼 성폭력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A씨와 이씨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 이씨가 임의동행에 응하고 휴대전화도 임의제출한 점 등의 이유로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귀가시켰다.

이씨는A씨 가족의 신고 나흘 만에 A씨를 따라 서울로 올라와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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