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강원에 '독수리 날개' 최용수 감독 있었다

2021. 12.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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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 PO 2차전 대전에 4-1 대승
최용수, 2018년 이어 '잔류 신화'
강원, 2부 팀 우세 PO 흐름 바꿔
"피 말랐다, 이런 경기 다신 안 해"
강원FC를 K리그1(1부)에 잔류 시킨 최용수 감독. [사진 뉴스1]

프로축구 강원FC가 ‘독수리’ 최용수(48) 감독과 함께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강원은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홈 2차전에서 K리그2(2부) 대전하나시티즌에 4-1 역전승을 거뒀다. K리그1 11위로 승강 PO를 치렀던 강원은 지난 8일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해 5년 만에 강등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강원은 1·2차전 합계 4-2를 기록, 내년에도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8차례 PO에서 1차전 패배 팀이 2차전을 이기고 최종 승자가 된 첫 사례다.

강원은 전반 16분 만에 이종현에게 30m짜리 중거리 골을 얻어맞았다. 승격이 물 건너가나 싶었다. 하지만 마법 같은 ‘4분’이 펼쳐졌다. 강원은 전반 26분부터 4분 동안 무려 3골을 몰아쳤다. 최 감독 선수 시절 별명 '독수리'처럼 강원 선수들은 문전을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대전 이지솔의 자책골에 이어 1분 뒤 임채민의 헤딩골로 2-1을 만들었다. 이대로 끝났다면 1·2차전 합계 2-2에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대전이 승격하는 거였다.

득점을 터트린 강원 한국영(가운데). [사진 프로축구연맹]

강원은 전반 30분 강원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골망을 흔들어 3-1을 만들었다. 한국영은 맹렬하게 돌파한 뒤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대전 골망을 갈랐다. 최 감독 특유의 스리백으로 대전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강원은 후반 47분 황문기가 쐐기 포까지 터트렸다.

지난달 강원이 강등 위기에 빠지자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2002 한일월드컵 동료’였던 최용수 감독에게 SOS를 쳤다. 이때까지 강원 감독은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승부사 최 감독은 기꺼이 잔을 집어 들었다. 지난달 16일 강원 소방수를 맡은 그는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팀을 재정비했다. 최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정규리그 FC서울전에서 수비축구로 0-0 무승부를 기록, 리그 11위를 확정하며 승강 PO로 향했다. PO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에서 공격 축구로 승부를 뒤집었다. 최 감독은 2018년 10월 강등 위기의 FC서울을 맡아 1부리그에 잔류시킨 바 있는데, 또다시 강원을 1부에 남겼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은 “축구에서 압도적인 경기는 있을 수 없다. 마사가 ‘압도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말한 건 실수였다”라고 지적했다. “승격에 인생을 걸었다”던 일본 선수 마사(대전)는 PO 1차전 후 “무승부만 해도 승리할 수 있지만, 꼭 압도적으로 이기겠다”고 말해 강원과 최 감독을 자극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던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사실 2018년(서울 감독 시절 승강 PO)과 다르게 심적으로 쫓기는 분위기였다. 승강 PO를 두 번 치러보니 피가 말린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전반 30분 강원의 잔류를 결정하는 골을 뽑아낸 한국영은 “마사가 인생을 걸고 승격하겠다고 했는데, 나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축구 인생을 걸겠다고 말했다.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들으면 화낼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저도 주연이 되고 싶었다”며 “강원이라는 팀이 K리그2에서 뛰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간절함이 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영은 발목 인대 부상을 참고 뛰었다. 2015년 시즌을 마치고 2부로 떨어졌던 강등됐던 대전은 7년 만에 1부 승격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한편 이날 후반전에 경기장 볼 보이가 대전에 공을 천천히 전달한 장면이 이슈가 됐다. 대전 팬들이 이에 항의하며 물병을 던졌고, 이민성 대전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강릉=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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