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선 돌린뒤 美뒷마당 뚫는다..대만 고립시키는 中 '성동격서'
미국의 ‘뒷마당’인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미 국가인 니카라과(인구 670만)가 지난 9일(현지시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중단하고 중국과 수교한 데 이어 온두라스(인구 1006만)도 니카라과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지난달 말 선거에서 승리한 시오마라 카스트로(62)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인은 친중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선거 과정에서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국이 긴급 외교전에 돌입하면서 온두라스의 새 정부는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일단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로이터통신은 온두라스 인수위팀 관계자들을 인용해 "새 정부는 대만과의 외교적 관계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미국이 온두라스의 새 정부에 재정적 혜택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중국보다 미국과의 관계가 더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은 카스트로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방안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 "대만,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이 민간 부문의 성장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개발을 통해 온두라스의 자원을 급증시킬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온두라스 달래기 나선 美
실제 미국은 전력을 다해 온두라스 달래기에 돌입했다. 11일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카스트로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해 축하하고 미국과 온두라스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지난달에는 고위 관리인 브라이언 니콜스 국무부 서반부 담당 차관보가 온두라스를 방문해 카스트로를 비롯한 유력 대선 후보 두 명을 만났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스킨십'을 강화한 것이다.
중국의 중미 뚫기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연상케 한다. 대만을 향한 군사력 증강과 위협 발언으로 미국의 주의를 뺏은 뒤 이면에선 미국의 뒷마당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대만 고립 작전’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미서 대만 수교국 끊는 中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중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대만 수교국이었던 엘살바도르와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을 빼앗아왔다. 미국은 2018년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자 엘살바도르 일부 관리들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대만은 니카라과의 단교 선언 이후 수교국이 14개국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2016년)된 이후 지난 5년 동안 8개국이 수교를 끊었다.
미국은 의회 차원에서 ‘대만 기 살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1월 사상 최대 규모의 의원단이 대만을 찾는다. 그레고리 믹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9일 미국 정치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대만 방문 계획을 밝히며 "외교위 소속의원 50여 명을 부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건 크나큰 실수"라고도 했다. 미 하원 외교위는 52명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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