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전망서 3중압력 직면"..내년 경제에 위기감 中

신경진 2021. 12.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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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중국 북부의 주요 무역항인 톈진항의 모습. 중국은 내년 경제 운영 방침을 안정 우선으로 확정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내년도 경제 운용에서 안정 최우선 방침을 확정했다. 경제 청사진으로 불리는 지난주 10일 발표된 중앙경제공작회의 회의록에서다. 4700여 자의 문건은 ‘안정(穩·온)’을 25차례 언급했다. 전체 기조로는 “안정 우선, 안정 속 발전(穩字當頭 穩中求進)”을 내걸었다. 특히 “민생 개선, 거시 경제 지표의 안정, 경제 운용의 합리적 구간 유지, 사회 대세의 안정 유지”를 촉구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20차 당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강조했다.

주요 중국 경제 지표 예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정부는 회의록에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3중 압력을 강조했다. “회의는 성과를 충분히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중국 경제 발전이 수요 수축, 공급 충격, 약세 전망이란 3중 압력에 직면했다”며 “세기적인 팬데믹 충격에 백 년 만의 비상시국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외부 환경은 더욱 복잡하고 엄중해지고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10일 폐막한 2021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도 경제 운영 방침을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취업 8차례 언급…심각한 실업난 반영


위기감은 행간에 넘쳤다. 우선 “취업”이 8차례 언급됐다. 사회 정책은 민생의 마지노선을 사수해야 한다면서 “대학 졸업생 등 청년 취업 문제를 잘 해결하고, 취업·노동·고용과 사회 보장 제도를 건전하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실업난이 사회 불안을 촉발할 정도로 이미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2021 중앙경제공작회의 빈출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당정 기관은 빠듯한 나날(緊日子)을 견뎌야 한다”는 문구도 나왔다.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상하이·장쑤(江蘇)·저장(浙江)·푸젠(福建) 등 경제 선진 지역에서조차 공무원 월급을 10~25% 감축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 공무원이 퇴근 후 차량 호출 서비스인 디디(滴滴) 운전이나,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을 당 기율위가 승인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올해 당국이 헝다(恒大) 등 부동산 채무를 정리하면서 정부의 토지 판매 수입이 줄어든 탓이다. ‘빠듯한 나날’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2017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등장 빈도가 늘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절약 우선, 전면 절약 전략”


‘절약’도 다섯 차례 언급됐다. 인민일보는 12일 경제공작회의 방청 기사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절약 우선을 견지하고 전면 절약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절약이 시 주석의 지시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생산 영역은 자원의 전면적 절약·집약·순환이용을 추진하고, 소비 분야에선 전 국민의 절약의식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정부·기업·국민까지 본격적인 허리띠 죄기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공동부유는 정확한 인식을 촉구했다. 즉 “사회적 재화와 부를 끊임없이 창조하면서 양극화를 방지해야 한다”며 “우선 전 국민이 더불어 ‘케이크’를 크고 잘 만드는 게 먼저고, 다음에 합리적 제도로 ‘케이크’를 잘 나눠야 한다”고 했다. 분배는 성장 다음의 문제라는 우선순위를 재확인했다.

대신 자본에 대한 감독 강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자본의 특성과 행동 법칙을 정확하게 인식·파악해야 한다”면서 “자본에 ‘신호등(紅綠燈)’을 설치하고, 법에 따라 자본의 효과적인 감독과 관리를 강화해 자본의 야만적 성장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경쟁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경고다.

기존의 ‘제로 코로나’ 방침도 유지했다. “바깥에서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고, 안으로는 코로나19 재발을 막겠다”며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 공작을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합리적 수요 만족” 규제 완화 신호


부동산 정책의 일부 완화 방침도 확정했다. 회의록은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라는 방침을 견지해야 한다”며 “매매 주택 시장에서 구매자의 합리적인 수요를 만족시켜 부동산 산업의 선순환과 건강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전문가들도 위기를 전망했다. 좡타이량(莊太量) 홍콩 중문대 경제학 교수는 “공무원 임금이 삭감되고 실업이 늘면서 긴축 정책을 하지 않았다”며 “내년에도 시장이 타격을 받고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부양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 홍콩 명보가 12일 보도했다. 명보는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4.5~5.5%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8%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지난 양회에서는 6%를 제시했다.

언론인 후수리(胡舒立)가 만든 경제주간지 『차이신(財新)』은 최신호 사설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사설은 “정책 결정층은 이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고질량 발전의 기초임을 충분히 인식했다”며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기업가를 충분히 믿고, 의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인사가 이미 결론 난 역사상 묵은 장부를 꺼내 민영기업을 공격한다”며 “각급 정부가 ‘양개호부동요(兩個毫不動搖, 공유제 경제를 발전시키며, 비공유제 경제발전을 격려·지지·인도한다는 헌법 정신)’에 대한 더 명확하고 강력한 정책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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