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이에게 '시커먼 마음'을 쏟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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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불편한 이 마음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엔 익명의 힘이 필요했다.
연필과 지우개도 마련됐으니 흰 종이에 녹여낼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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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얘들아! 나 합격했어!"
며칠 전 회사 면접을 본 친구의 메시지가 단체 대화방을 울렸다.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나 역시 화려한 이모티콘과 함께 축하를 전했다. 고맙다는 친구의 답장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칠 수 있는 대나무숲이 필요했다. 불편한 이 마음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나의 대나무숲은 연희동에 있다. 바로 편지가게 글월이다. '글월'이란 순우리말로 편지의 높임말이다. 이름처럼 편지와 관련된 것들을 판매한다. 편지지를 비롯해 편지와 관련된 책까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내게 글월이 대나무숲인 이유는 바로 '펜팔 서비스'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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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월 우편함 |
ⓒ 김지현 |
"친구가 재취업에 성공했어요. 분명 축하할 일인데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못했어요. 친구와 전 비슷한 시기에 퇴사했죠. 먼저 소식을 전한 친구가 부러워 축하보단 질투 가득한 마음이 먼저 불쑥 튀어나오더라고요.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겠어요."
- 편지 중
"합격했다"는 말에 건넨 나의 축하는 진심이 아니었다. '나'를 알지만 '나'를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낯선 이에게 털어놓았다. 내 마음이 가벼워질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 시커먼 마음을 조금이나마 합리화시킬 수 있다면 나의 얼굴도, 목소리도 전혀 모르는 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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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팔서비스 봉투 |
ⓒ 김지현 |
편지를 카운터에 접수하고, 펜팔함에서 한 통의 편지를 선택했다. 보내는 이는 모른다. 체크된 형용사만으로 상대를 상상하며 고르는 재미가 있다. 내가 받은 편지는 나를 위한 편지 즉, 누군가를 위해 쓴 편지를 받았다. 좋은 곳에 가면 혹시 여기에도 당신이 있을까 종종 떠올리겠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 된, 나의 안녕을 바라는 편지였다. 나를 위한 편지를 부치고, 나를 위한 편지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만, 친구들에겐 차마 털어놓지 못할 때 또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을 때, 글월의 펜팔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흰 종이에 새겨진 마음들은 분명 당신에게 따뜻한 용기와 사랑을 전할 것이다. 나는 편지를 쓸 때 가장 솔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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