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당장 특검하자"..일각선 "알리바이 위한 동업자 정신"

송승환 2021. 12. 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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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찾아 한 음식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뒤 첫 주말 유세에서, 두 후보는 일제히 ‘대장동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지난 11일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특검’ 도입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렸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경북 칠곡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본인의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특검을) 하자는 엉뚱한 주장을 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같은 날 국민의힘 강원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 앞에서 “말장난 그만하고 바로 (특검에) 들어가자”고 맞받아쳤다. 윤 후보는 “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등을 다 포함해서 하자고 말한 게 언제냐”며 “할 거면 180석을 가진 당에서 빨리 야당하고 특검법 협상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경북 안동에서 취재진에게 “그동안 국민의힘 후보 입장은 이재명의 혐의 부분만 하자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다행히 전부에 대해 특검하자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견이 해소됐으니, 당장 특검을 실시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윤석열,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 발언 (춘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1 uwg80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두 후보의 원격 구두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회 내부 기류 변화도 감지됐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이 후보와 민주당은 특검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며 “윤 후보가 당시 담당 검사였던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부실수사부터 50억 클럽까지 수사해보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우리 당은 당장에라도 특검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이미 지난달부터 부산저축은행 관련 의혹까지 포함해서 특검을 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그동안 민주당이 이상한 얘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특검 논의가 다시 급발진하는 이면에는 양측의 정치적 셈법도 깔려 있다. 일단 “윤 후보도 화천대유사건 관계자”고 주장해 온 민주당 입장에선 특검 카드는 다시 시작된 ‘대장동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유력한 해법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이슈가 다시 불거지는 게 부담은 되지만, 이제 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정면돌파가 최선이라는 판단”이라며 “특히 현재 검찰의 수사가 이상한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도 12일 오후 검찰 수사의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이 후보는 경북 김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보기에 검찰이 매우 부실하게 수사하고 있고, 부실한 것을 넘어서서 편향적으로 수사한다는 의심이 든다”며 “50억 클럽이나 모 대선후보의 아버지 집을 누가 사줬다는 것 등은 수사를 안 하고 자꾸 정치적으로 피의사실을 흘려가면서 저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특검에서 해소할 수 있게 여야가 신속히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대장동 의혹=이재명 게이트’라고 주장해 온 국민의힘 입장에선, 특검 논의를 통해 대장동 논란을 다시 확산시킬 수 있단 계산이 섰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건은 윤 후보가 자신 있다고 하고, 50억 클럽은 곽상도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정리됐다”며 “대장동 건을 키우는 게 우리에게 절대 손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정당들 입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에 대한 ‘쌍특검’을 도입해서 대선후보 등록일 전날(내년 2월 12일)까지 철저히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검이든 상설특검이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당은 특별검사 추천권은 포기해야 한다”는 절충안도 내놓았다.

다만 정치권의 호언장담이 실제 특검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12월 임시국회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양당이 서로 책임을 덜기 위해 ‘특검 도입’ 공방만 하고 실제론 빈손으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배철호 전문위원은 “이미 대장동 의혹은 대선의 핵심 영역에서 벗어난 데다가 대선 전까지 수사를 마칠 수도 없다”며 “(양측의 발언은) 서로에게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동업자 정신이 발휘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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