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82일 만에 선발 제외, 황희찬이 밀린 이유

한준 기자 2021. 12. 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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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울버햄턴원더러스 공식 소셜미디어 캡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울버햄턴원더러스가 맨체스터시티와 가진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경기에서 0-1로 졌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치른 원정 경기였다는 점에서 라힘 스털링에게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내주고 진 결과는 울버햄프턴 처지에는 선전이다.


브루누 라즈 울버햄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패인을 판정 문제로 짚었다. 멕시코 대표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가 전반 추가 시간에 연이어 두 장의 경고를 받고 퇴장 상황에서 첫 경고가 과했다고 항변했다. "그 상황에 우리 수비수 10명이 뒤에 있었다." 스털링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이어진 주앙 무티뉴의 핸드볼 파울에 대해서도 "겨드랑이에 맞았다"고 분개했다.


라즈 감독은 올 시즌 울버햄턴을 맡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15라운드 리버풀전, 16라운드 맨시티전을 내리 패하며 순위가 8위로 내려갔지만 두 경기 모두 1골 차 석패였다. 16경기에서 6승 3무를 거둔 것은 프리미어리그 부임 첫 시즌에 충분히 칭찬 받을 성과다. 득점력에 아쉬움이 따르지만 수비적으로나 조직적으로 균형을 갖췄고, 정신적으로 강하며 3-4-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확실한 경기 계획을 갖고 있다.


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울버햄턴원더러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울버햄턴이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은 아니지만 정체성은 갖추고 있다. 맨시티와 경기에는 상대의 파상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써온 3-4-3 포메이션 대신 3-5-2 포메이션을 썼다. 이 과정에서 황희찬이 희생됐다.


라즈 감독은 개인 돌파 능력이 좋은 아다마 트라오레를 역습의 첨병으로 세우고, 연계 능력 및 결정력을 갖춘 라울 히메네스를 9번 공격수로 뒀다. 공격수 하나를 빼고 투입된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레안데르 덴동커다. 포르투갈 미드필더 듀오 주앙 무티뉴와 후벤 네베스의 뒤를 받쳤다. 


좌우 윙백으로 라얀 아이트누리와 넬송 세메두가 출전했으나 측면 오버래핑보다 수비에 집중해 실질적으로 5-3-2에 가까웠다. 맨시티는 90분간 24개의 슈팅을 때렸고 후반 첫 15분 간 볼 점유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 외 실점이 없었던 이유는 로맹 사이스, 코너 코디, 막스 킬먼의 주전 스리백이 강한 집중력과 육탄 수비로 문전을 사수했고, 이들이 통과됐을 때는 올시즌 울버햄프턴 최고의 선수로 활약 중인 골키퍼 주제 사의 선방이다.


수비적으로는 끈끈했으나 역습 공격은 무뎠다. 트라오레는 전반 막판 로드리의 경고를 유도했지만 결국 공격 숫자 부족으로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히메네스 역시 수비만 하다가 전반 종료 전 퇴장 당해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역습 전개는 맨시티가 베르나르두 실바를 중심으로 펼친 막강 전방 압박에 걸려 속도가 늦었다.


1명이 적은 상황이지만 라즈 감독은 후반전에 승리를 노려 황희찬을 후반 22분에 첫 번째 교체 투입 선수로 넣었다. 아다마 트라오레가 후반전 들어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져 변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홀로 최전방 공격수에 배치된 황희찬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라인을 깨는 적극적인 움직임, 활발한 오프더볼 움직임을 통한 공간 창출 등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 기회가 제한적이었으나 좋은 위치로 이동하지 못해 동료의 전진 및 연계 상황을 유도하지 못했고, 공도 받지 못했다. 이날 황희찬은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는데 겨우 3차례 밖에 패스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볼 터치는 7회뿐이었다. 


아다마 트라오레(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황희찬은 최근 경기에서 슈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수비 가담 및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공격수의 본업 측면에서 아쉬웠다. 실제로 최근 부진으로 인해 영국 신문 익스프레스앤스타의 울버햄턴 담당 기자 리암 킨은 "최근 황희찬은 인상적이지 않고, 경기력이 정체됐다. 다른 선수들이 선발 기회를 얻을 자격을 더 갖추고 있다"며 선발 제외를 전망했다.


그 전망대로 황희찬은 지난 82일간 11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온 기록이 끝나고 벤치에서 시작했다. 첫 번째 투입 선수로 선택됐으나 황희찬에게 기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하프스페이스로 활발하게 이동해 공간을 열거나, 동료 근거리로 다가가 공을 받아주거나, 오프사이드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위협해 배후 침투 패스를 유도하는 등의 플레이가 없었다.


영국 인터넷 축구 매체 '90min'은 "황희찬은 열심히 뛰었지만 예상했던대로 즐길만한 상황은 적었다"고 했다. 아다마 트라오레가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고, 다니엘 포덴스와 트린캉도 코로나19 감염에서 복귀해 경쟁이 치열하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페드루 네투가 1월 중순 복귀할 것으로 알려져 황희찬이 입지를 지키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브라이턴앤호브알비온과 17라운드 경기가 12월 16일 새벽 4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다. 퇴장 징계로 이 경기에 라울 히메네스가 뛸 수 없다. 황희찬이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경기에선 최근 미진했던 슈팅 적극성과 오프더볼에서의 활발한 공격이 필요하다. 브라이턴전에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울버햄프턴과 완전 이적 계약 문제까지 원점에서 재고될 수 있다.


사진=울버햄프턴원더러스 공식 트위터,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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