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그리고 '댄서'에 여전히 무례한 자들 [류지윤의 배드토크]

류지윤 2021. 12.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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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아나운서 발언, 결국 사과
100여명의 댄서들, 모니카 사이버 불링 논란

최근 종영한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트’(이하 ‘스우파’)은 확실히 댄서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방송에 출연한 노제, 모니카, 허니제이, 립제이, 가비 등이 방송과 광고를 소화해 내며 직접적인 혜택을 보고 있지만, 여타 다른 댄서들에 대한 시선 역시 바뀌고 있다.


11월 스핀 오프 프로그램 ‘스트릿 걸스 파이터’에 대한 관심도 높고, ‘스우파’를 보고 댄스학원에 등록했다는 사례도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은’이다. 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바뀌고’ 있는 과정이지, ‘바뀐’ 것이 아니다. 여전히 이들을 향한 편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고, 말과 행동에서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나운서 김현욱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패션대상’ 시상식을 진행하던 중 노제가 런웨이에 깜짝 등장하자 “모델들 사이에 유명한 분이 껴 있었는데 눈치 챘나. 비싼 돈을 들여 이분을 불렀는데 효과를 못 봤다. 하필 모자를 씌웠다”라고 소개했다.


또 노제와 인터뷰에서 “모자를 왜 쓰고 나왔냐”, “나올 때 멋있게 나와야지,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나와서 아무도 몰랐다”라는 말로 노제를 당황시켰다. 그는 워킹 경험이 없어 긴장했다는 노제에게 다시 한번 워킹을 요구하는가 하면 즉석에서 춤까지 제안했다. 노제는 난처해하다 짧게 춤을 췄다.


김현욱의 이 같은 발언은 ‘스우파’ 팬을 비롯해 대중의 지적 대상이 됐다.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한 진행이었을지 모르나, 쇼 경험이 적어 긴장했다고 한 노제에게 다른 모델들과 비교를 하는 등의 발언과 협의되지 않은 춤을 요구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또 김현욱은 막상 자신이 대하기 어려운 유명 연예인이 나왔다면, 노제에게 한 것처럼 선을 넘는 요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결국 김현욱은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의도에 다르게 노제의 팬들을 화나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현욱은 노제에게 DM을 통해 사과를 했다고 밝히며 다음부터는 더 살피며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YGX의 리더 리정은 지난달 20일 방송한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최근 ‘아이돌로 데뷔했으면 좋겠냐’, ‘왜 아이돌을 안 하냐’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댄서로서 이 같은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리정은 “나는 절대 노래 못하고 랩을 못해서 된 게 아니다, 댄서라는 직업이 2지망인 적이 없는데 내가 아이돌이 못 돼서 댄서가 됐다고 느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노제 역시 리정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는 댄서를 가수들을 빛내주기 위한 사람 혹은, 그림자라고 생각하는 생각들이 아직도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질문이다.


아이돌이 아닌 댄서 그 자체의 꿈을 가진 사람에게 “아이돌을 하지 않냐”라는 질문은 칭찬으로 건넨 말일지라도 정작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이들이 외부로부터 댄서에 대한 편견과 싸우며 인식 개선을 나서고 있지만, 같은 댄서들에게 모니카가 공격받은 사건도 있었다.


‘아는 형님’에 출연한 모니카가 국내에서 팝핀으로 알려진 춤을 설명하는 과정을 두고 댄서 호안이 SNS에 ‘팝핀’ 용어를 지적했고, 이에 100여 명의 동료 댄서들이 호안의 발언에 동조해 SNS에 모니카를 비판하며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 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팝핀현준까지 나서며 “팝핀이든 팝핑이든 충만 잘 추면 되는건데 답답하다”고 글을 남겼다.


비난은 거세졌고 모니카를 저격한 댄서들의 참여가 예정됐던 행사는 취소됐다. 주최 측은 행사가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스우파' 팬들이 행사 측에 댄서들의 출연을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해왔기에 이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태의 시발점이 된 호안은 모니카와 자신의 행동을 불편해한 네티즌들에게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물론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다. 모니카를 저격한 이들이 댄스계의 발전을 위한 마인드였는지, 단순히 시기에 찬 마인드였는지는 모르지만, 모니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댄스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다. 그간 대중들 입장에서 ‘팝핀’이든 ‘팝핑’이든 관심이나 있었을까. ‘스우파’의 인기가 모니카를 비롯한 출연자들에게 영향력을 줬고, 이는 때 아닌 내부 논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댄스에 대한 편견, 댄서에 대한 무례함은 여전하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그 중심에는 현재 ‘스우파’ 출연진들이 존재한다. 대중성과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에게조차 이런 상황이라면, 여전히 현장에서 이름 없이 무대를 밝히고 있는 댄서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댄스 실력에 대한 평가, 비판이 존재할 수는 있어도, 댄서라는 분야에 대한 편견은 이젠 지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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