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껍질은 음식물쓰레기, 말린 껍질은요? [에코노트]

박상은 2021. 12.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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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바야흐로 귤의 계절입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귤 까먹는 재미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K-감성’이죠. 귤을 먹고 난 뒤 한쪽에 수북이 쌓인 귤껍질들, 여러분은 어떻게 버리시나요?

망설임 없이 “음식물 쓰레기”라고 답하셨다면 분리배출 실력이 꽤 좋은 편에 속합니다. 그럼 귤껍질을 바싹 말려서 버릴 때는 일반 쓰레기일까요? 음식물 쓰레기일까요? 귤 상자에 오래 남아있다 썩은 귤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요?

의외로 이런 질문에 많은 분이 멈칫합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기준, [에코노트]가 한 번 더 짚어드립니다.

동물이 먹을 수 있는 것? 예외부터 확인하자
게티이미지뱅크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보통 ‘동물이 먹을 수 있는지’ 따져보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도 일정한 공정을 거쳐 동물 사료로 쓰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식재료가 워낙 다양하고, 동물 먹이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음식물이지만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채소류 : 마늘/양파/옥수수 등의 줄기와 껍질, 쪽파/대파/미나리 뿌리, 파프리카/고추의 꼭지, 고추씨
과일류 : 복숭아/살구/감 등 핵과류의 씨, 파인애플/코코넛/아보카도 등 딱딱한 과일 껍질
견과류 : 호두/밤/땅콩 등의 껍데기, 콩 등 곡류 껍질
육류 : 소/돼지/닭 등의 털 및 뼈다귀
어패류 : 홍합/조개/소라/전복/꼬막/멍게/굴 등의 껍데기
갑각류 : 게/가재/새우 등의 껍데기
알껍질 : 달걀/오리알/메추리알/타조알 등의 껍데기
▶찌꺼기 : 일회용 티백, 찻잎/한약재/커피 찌꺼기
▶장류 : 고추장, 된장, 젓갈
▶부속물 : 복어 내장

이처럼 파쇄 과정에서 기계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섬유질이 많아 동물의 소화에 방해가 되는 경우, 영양가가 없거나 독성이 있는 경우, 염도가 너무 높은 경우 등 사료화·퇴비화에 적절하지 않은 음식물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물론 이 기준도 지자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특히 생선·육류의 비계나 내장은 지자체별로 음식물 쓰레기에 포함하는 곳도 있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지역도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말린 귤껍질→음식물 쓰레기…수분 없어져도 분류는 그대로
게티이미지뱅크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는 ① 비닐봉지나 나무젓가락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② 물기를 짜서 수분을 최대한 없애고 ③ 길이가 긴 채소나 덩어리가 큰 수박 등은 잘게 썰어 부피를 줄인 뒤 배출해야 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분이 많은 과일 껍질 등은 실내에서 어느 정도 말린 후 배출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분이 날아가도 음식물 쓰레기의 분류는 바뀌지 않습니다.

귤을 예로 들면, 귤껍질은 말랑말랑하고 분해가 잘 돼서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귤껍질을 말려서 버리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라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수분만 빠져나갔으니까요.

요즘 가정에서 음식물 처리기를 많이 쓰는데, 열풍이나 고온으로 건조해 분해한 음식물 잔해도 음식물 쓰레기로 별도 배출해야 합니다.

곰팡이가 피거나 부패한 귤은 어떻게 할까요. 한눈에 봐도 부패가 심하다 싶으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다만 일부만 상했다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나머지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공정에 멸균 단계가 포함돼 있거든요.

육수를 내고 남은 식재료는 어떨까요? 육수를 끓이고 남은 멸치엔 영양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됩니다. 대파 뿌리나 양파 껍질로 육수를 냈다면 원래 분류대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면 국물을 우리기 전 멸치나 새우를 분쇄기에 갈아 분말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매일 봐도 어려운 ‘음쓰’ 기준… 이대로 괜찮을까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은 2005년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는 것이 금지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썩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뿜어내는데, 메탄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 함량이 80% 정도로 높아서 일반 쓰레기와 섞어 소각하기에도 적절치 않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사료화, 퇴비화,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나뉩니다. 음식물을 버릴 때 세세히 따져야 하는 건 이 ‘사료화’ 때문입니다. 동물이 먹을 것을 염두에 두다 보니 조건이 많아진 거죠. 이처럼 가정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까지 사료로 사용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합니다.

기사를 읽으며 “뭐 이리 복잡해”라고 한숨 쉬는 분도 계실 겁니다.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실천을 끌어내려면 분리배출 방법은 더 단순하고 쉬워져야 합니다. 가정에서 매번 ‘00는 음식물 쓰레기인가요?’라고 검색하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정책 연구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려도 된다’고 주장하는 생분해 봉투가 시중에 다수 판매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생분해 인증을 받은 제품은 땅에 묻었다는 전제하에 특정 온도(58도)에서 6개월 이상 유지해야 90% 이상 분해되는 제품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조건과 다르고,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 사료로 쓰이기 때문에 절대 비닐이 섞여 들어가면 안 됩니다. ‘친환경’이란 단어에 속지 말기, 이것도 꼭 기억해주세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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