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샛강생태공원에 수달 모시기 작전 성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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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 기자]
한강에 수달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2018년 창립 당시부터 꾼 꿈이었습니다. 서울 한강에도 수달이 산다면, 그건 강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징표이니까요.
보에 가로막혀 음울하게 썩어가는 강이 아니라, 모래톱과 여울이 있는 한강, 물고기 떼가 힘차게 헤엄치는 한강, 그 물고기를 먹이 삼아 수달이 살아가는 한강 말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에게 가장 큰 위안과 쉼을 주는 도시 공원 중 핵심이 한강공원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은 강바람을 쏘이며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산책을 하며 코로나 블루를 이겨냈습니다. 바로 그 한강공원에서 저희는 좀 색다른 꿈을 꾸었습니다. 수달이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서울의 한강. 그리고 올해 여름부터 수달이 호응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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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수달네트워크 발족식 당시 모습 지난 5월 26일 열렸던 서울수달네트워크 발족식 기자회견. 수달이 돌아온 한강을 위해 뭉쳤다.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수달은 어떤 환경을 좋아할까. 수달이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아래 한강조합)은 2020년 겨울부터 본격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한강조합이 관리하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포함하여 한강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시작은 한강조합이 했지만 곧 서울에서 하천 생태계를 보호하는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중랑천환경센터는 중랑천과 청계천을, 고덕천을 지키는 사람들은 고덕천을, 숲여울기후환경넷은 탄천, 한강조합은 여의샛강생태공원과 안양천 등을 살폈습니다(그 외에도 여러 단체들이 있지만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21년 1월까지 한강 지류 여러 곳에서 수달을 카메라에 포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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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이 살고 있는 곳 수달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여의샛강생태공원 수달천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이들 단체들은 아예 '수달과 함께 살아가는 서울'을 천명하고 지난 5월 26일 '서울수달네트워크'를 출범시켰습니다. 각 단체는 지금까지 수달 모니터링, 서식지 환경 개선, 그리고 인식 증진 캠페인까지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한강조합도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수달 모시기 작전'에 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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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샛강생태공원의 봄 풍경 우리나라 최초 생태공원인 여의샛강생태공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생태계가 더욱 회복되는 징조를 보인다. |
ⓒ 한인섭 |
여의도 한강공원은 연중 내내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샛강생태공원은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진 시민들이 즐기는 곳입니다. 맨발 산책과 같은 호젓한 걷기, 생태 관찰, 숲 치유, 사진 및 영상 촬영 등과 같은 이유로 오는 곳입니다.
이곳은 활발한 이용이 아니라 자연과 거리를 존중하며, 개방적이되 보전 중심으로 가꾸는 공원입니다. 그리고 한강 본류에서 갈라져 흐르는 샛강이 서해까지 흐르며 버드나무, 참느릅나무, 뽕나무 등 숲이 잘 형성된 곳입니다. 갈대와 억새, 달뿌리풀과 같은 초화류도 조화로운 풍경의 일부입니다.
있다, 한강 수달
샛강생태공원을 위탁 관리하며 저희는 자연성을 높이는 소소한 시도들을 해보았습니다. 작은 물길들을 돌려 더 오밀조밀 흐르게 하고, 돌멩이를 중간중간에 쌓아 자연형 보를 여섯 군데 정도 만들었습니다. 나무들이 더 우거지게 하고, 보전 가치가 높은 구역은 시민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나무 울타리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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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언니들의 수달 모니터링 수달 보호와 모니터링 활동 중인 수달언니들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올해 초에는 가끔 배설물이 확인될 뿐이었습니다. 정착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착할 만한 거처를 만들기에 더욱 매진했습니다. 6월 카메라에 한 마리가 지나는 모습이 포착되어서 환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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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찍힌 샛강 수달 근래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카메라에 찍힌 수달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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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카메라에 포착된 샛강 수달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카메라에 찍힌 수달 모습 |
ⓒ 조은미 |
수달은 야행성이라 마주치기 쉽진 않습니다. 저녁 산책을 나선다면 운 좋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의도 도심 한가운데에서 수달들이 새끼를 키우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이미 생명과 희망의 징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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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언니들 수달 서식지 보호와 모니터링에 열심인 수달언니들. 자원봉사자들이다.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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