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서 난리난 보라색 유니폼.. "판 깔아주면 알아서 논다"
가상현실(VR)의 아바타를 위한 보라색 편의점 유니폼이 Z세대 ‘유행템’으로 인기다. 석 달 만에 20만개가 팔렸다. 친구들과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한강 편의점을 방문해 ‘인증샷’을 찍고, 라면을 먹는 게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다.
이렇게 메타버스(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의 세계에서는 기성세대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촉감을 느낄 수도 없는 명품 브랜드 구찌 가방이 460만원에 팔리거나, 물리적으로 가볼 수도 없는 건물이 51억원에 거래됐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오명란 마케팅실장은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참여자가 가지고 놀 판을 먼저 깔아줘야 한다”며 “Z세대는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이용하기보다 새롭게 응용해 ‘그들만의 놀이’로 만들고, 또래와 함께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오 실장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U ‘한강점’ ‘교실매점’ ‘지하철역점’ 등 세 개 매장의 오픈을 주도한 인물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추진한 빙그레와 협업도 성공적이었다. 오 실장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학사)과와 산업공학(석사)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2015년 BGF리테일에 합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A : “아직은 메타버스 기술 자체에 대한 파악보다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확장된다면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 토큰)’와 암호화폐 모두 떼려야 뗄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냉철하게 메타버스를 바라봐야 한다. 사실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다. 현실이 아닌 상황에서 가상의 개념이 일부 포함된 공간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포켓몬고’도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여긴다.”
Q : 가상세계에 편의점 매장을 연 건 수익 때문인가.
A : “메타버스에서 당장 커머스(상거래) 추진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가장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미래 세대를 포섭하고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실험하는 장(場)에 가깝다.”
어떤 마케팅을 실험하고 있나.
A : “예를 들어 아바타용 CU 편의점 유니폼을 선보였는데, Z세대 이용자들이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편의점을 방문해 아르바트생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CU 한강점의 경우 2층 구조로, 루프탑을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있는데, 이곳을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 같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에스컬레이터 챌린지’라고 제목을 붙여 이용자가 몰리는 일도 있었다.”
Q : 의도한 건가.
A : “의도했다면 오히려 흥행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제페토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도 사용자의 연령이 낮고, 소셜(친목)의 기능이 강하다. Z세대부터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가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지금 당장 수익을 내겠다는 목적으로 뛰어들면 반감을 살 수 있다. 일단은 Z·알파 세대가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를 던져야 한다.
Q : 예를 들면.
A : “CU 편의점에 빙그레의 ‘빙그레우스’가 방문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으로 빙그레와 협업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왕국의 후계자이자 왕자라는 콘셉트로 지난해 만들어진 B급 감성의 캐릭터다. 두 업체의 세계관이 섞이면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빙그레우스가 CU한강점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셀카’를 찍은 사진에 재밌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Q : 메타버스 이용자는 어떤 특성이 있나.
A : “메타버스를 배우기 위해 기성세대가 애를 써야 하는 것과 다르게 Z·알파 세대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5~10년 뒤 주 소비자층이 되기 때문에 미리 파악하고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트렌드는 예상치 못한 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메이저 트렌드가 되기 전에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Q : 최근 기업에서 메타버스 신입생 연수, 송년회 등을 시도하는데 어색하다는 평도 나온다.
A : “과거 SNS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과연 기성세대가 사용할까 싶었는데, 유튜브·카카오톡 모두 놀라울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다. 쿠팡 같은 모바일 커머스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 플랫폼도 여건만 갖춰지면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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