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한계 명확.. 사회적 약자 고려해야"

노상우 2021. 12. 11.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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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장애인, 홈리스 등 치료접근권 낮아
사진=박효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지속 증가하면서 정부는 확진 시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세웠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장애인, 홈리스 등 사회적 약자들에 치료접근권이 더 어려워지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진 시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세웠다. 방역당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재택치료 도입 후 4만여명의 확진자가 재택치료를 받으면서 95% 이상의 환자가 자택에서 완치했다며 전문가들과 지속 소통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재택치료자에 대비해 체계 전반을 점검·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택치료 방침으로 인해 치료접근권이 어려워지는 이들도 있다. 이주노동자는 기숙사에서 여러 명이 살고 있고 열악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재택치료가 될 수 없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감염돼도 재택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난민신청자 가족 같은 어려운 상황의 이주민도 재택치료를 할 기본 조건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어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많은 이주노동자, 이주민이 한국말로 된 방역 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의료용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이 전화나 앱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이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재택치료를 하라는 건 코로나에 내버려 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인 및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제대로 된 재택치료를 위해선 지원인력이 동반돼야 한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재택치료가 도입되며 중증 장애인도 재택치료 대상자인지 문의했지만 질병청의 결정사항 외 별도 계획이 없다고 했다. 11월 말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해 병상 마련을 요구했지만, 병상이 다 찼으니 기다리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재택치료를 할 수 있게 긴급돌봄 활동지원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확진자에게는 활동지원사를 파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확진된 장애인 당사자는 식사준비, 신체지원조차 되지 않는데 어느 누구도 대책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되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병상 배정을 요청할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은 병상 배정 요청이 가능하지만, 요청한다고 배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 확진자 사망자 통계에서 장애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비장애인보다 6배 높다. 중증 장애인을 포함한 감염병 취약계층에 대한 재택치료 관련 대책을 지금이라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리스에게도 ‘재택치료’는 꿈 같은 이야기다. 로즈마리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홈리스에게 자가격리나 재택치료는 너무도 먼 얘기”라며 “양성이든 음성이든 홈리스는 밥을 먹기 위해서, 살기 위해 돌아다녀야 한다. 본인은 물론 보는 이도 감염될까 불안하다. 집다운 집에서 치료받거나,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거권과 건강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수도권 병상 대기자가 1000명에 이르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들 환자 중 고령층과 기저질환자가 많음에도 집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보건소 의사들에 따르면 재택치료 전면확대 후 시행되는 조치들은 병상 포화가 아니었다면 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는 고위험군을 집에 있으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재택치료 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통화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진료경험이 전혀 없는 의료진도 3시간 온라인교육을 받으면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재택치료 대상자도 ‘이러다 죽으면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는 고립감, 불안감을 호소한다. 환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의 범위를 좀 더 엄격하게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를 한다고 하지만, 관찰 수준에 그친다. 그로 인해 중증 환자는 더 늘었다”며 “경제적으로 어렵고 영세한 경우 독방 격리가 되지 않아 추가전파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택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코로나를 바라보는 인식이 안이하고 잘못됐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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