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열살 아이가 뇌졸중?..'이 병' 때문

민태원 2021. 12. 1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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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모야병 10세 전후 소아, 40~50세 비교적 많아
조기 진단·치료 않으면 소아도 뇌졸중, 사망률↑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뇌졸중 경고등이 켜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로 인해 뇌혈관이 약해지면서 뇌졸중이 쉽게 생긴다. 혈관에 위험 요인이 많은 40~50대 이후 중장년층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계절 변화와 상관없이 뇌졸중을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난치병 환자들이다. 특히 10세 안팎의 아이들도 이 병을 가졌다면 일반인 보다 뇌졸중 위험이 더 높은 만큼 조기 발견 및 치료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원인 없이 뇌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병이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 혈관(동맥)의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은 막히면서 혈류가 부족해져 허혈성 증상(뇌경색)이나 또 부족한 혈류량을 보전하기 위해 생겨난 혈관의 파열로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 발생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생기고 서양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약 15%는 가족 중 이 질환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상 혈관이 좁아지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공급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자라게 되는데, 이 미세혈관의 모양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1969년 일본 스즈키 교수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로 이름붙였다.

여성에서 1.8배 더 많고 10세 전후 소아청소년과 40~50대 성인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게 발생한다.
장동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11일 “모야모야병은 국내 소아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성인의 경우 뇌출혈의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증상은 두통이나 마비 증상, 감각기능 저하나 언어 장애, 시각 장애, 경련, 의식 저하,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만 같은 모야모야병이라도 소아 청소년과 성인의 증상은 다르게 나타나므로 구분이 필요하다.
소아 청소년은 일과성 뇌허혈증과 뇌경색으로 나타난다. 일시적으로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언어 장애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회복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될 경우 영구적인 언어 장애, 팔다리 마비로 굳어질 뿐 아니라 전신 발작, 혼수 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장 교수는 “특히 소아의 경우 뜨거운 국물이나 음식을 먹을 때 날숨을 몰아서 쉬거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인다면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이는 과호흡으로 인한 뇌혈류 감소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거나 더위·사우나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탈수가 됐을 때도 뇌혈류량이 변화하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성인은 뇌혈관 주변에 생긴 비정상적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증상을 보인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언어 장애, 시야 장애가 나타나기도 하며 간질이나 두통, 기억력 저하로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아 모야모야병은 빨리 진행하고 성인 모야모야병은 다소 천천히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유전적 소인과 매우 밀접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부분 모야모야병 증상을 보인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크고 뇌졸중 재발률 또한 높다. 특히 성인의 경우 약 23%는 뇌출혈로, 33%는 뇌허혈 증상(뇌경색)으로 발현된다.

최근 유전체 연구결과 몇 가지 의심 유전자가 발견되긴 했지만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장 교수는 “10~15%의 환자에서 가족력을 가지고 특히 어머니 쪽으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다만 한 개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발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모야모야병 확진을 위해서는 뇌의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치료는 허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급성기에 뇌경색 예방을 위해 항 혈소판제제(항혈전제)를 처방하지만, 이에 대한 장기적인 투여가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소아의 경우 대부분 수술적 치료(혈관우회)를 한다. 반면 성인은 허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약물 치료와 더불어 수술적 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출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최근에는 수술적 치료가 증가하는 추세다.
무증상일 땐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혈류 저하가 있거나 뇌출혈 위험이 높은 경우 예방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장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뇌졸중의 빈도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고 뇌출혈 발생 시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다. 가족력이 있거나 하면 무증상이더라도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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