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금 전쟁 상황, 추경 빠를수록 좋다" 김종인과 딴 목소리

손국희 2021. 12.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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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저녁 강원 강릉시 한 카페에서 청년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여야 대선 후보가 10일 일제히 신속히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추경을 띄우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날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100조원 추경 편성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등은 ‘윤 후보 당선 후 지원’을 내걸고 즉각적인 추경에는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도 “추경은 현직 대통령의 소관으로 대선 후보가 얘기할 성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날 외려 이 후보와 한목소리를 내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날 강릉을 방문한 윤 후보는 청년 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지면 50조원 가지고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추경하는 것은 반대하나”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며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서 예산안을 제출하게 시키고, 여야가 합의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 시작하지 않더라도 현 정부가 입장을 바꿔서 실시하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내의 추경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그것은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폭탄이 안 터지고 총소리만 안 들릴 뿐 지금이 전쟁이고 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시라면 국회와 정부가 비상한 결정과 선택을 해야한다”고 거듭 추경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을 향해선 “바깥에서 쇼만 하지 말고 문 대통령을 설득해서 행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게 하라”며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가 협의해 신속하게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추경 방식에 대해선 “선거를 앞두고 보편적으로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피해 규모를 지수화, 등급화해서 합리적으로 배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대구시 동성로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를 찾은 이재명 후보도 이날 윤 후보에 앞서 신속한 추경을 재차 주장했다. 이 후보는“윤 후보가 50조원 지원을 말하고, 김종인 위원장도 100조 지원을 말했는데 지금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겠나”라며 “국민이 더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곧바로 여야 협상에 나서서 국회 임시회를 소집해 추경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또 “당에 '임시회 소집 등을 통해 절차를 마련하고 정부 당국에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놨다”며 “찍어주면 지원하고 안 찍어주면 안 하겠다는 식으로 위협하거나 기만하지 말길 바란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윤 후보의 파격 발언에 김종인 위원장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앞서 민주당이 추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당내에선 “예산이 장난이냐. 국가 재정에 난도질한다”(김기현 원내대표), “취지는 공감하지만, 예산안 통과 직후 바로 추경을 얘기하는 건 국회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짓”(추경호 원내수석)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지금은 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추경을 할 수 있거나 안 하는 것”이라며 “후보들이 추경 규모나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추경에 찬성한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히면서, 추경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실질적 원톱인 윤 후보가 공개적으로 추경 의지를 드러낸 이상 당내 반대 여론도 조만간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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