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의 오독오독] 손석희가 말하는 저널리즘, 그리고 '그날'의 기억들

이근형 2021. 12.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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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9년 3월10일 오전, 이제는 박근혜씨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다.

헌법 제1조보다도 더 유명한 이 문장의 시작에는 누가 뭐래도 JTBC 뉴스룸의 최순실(최서원 개명전 이름) 태블릿 PC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진정성 때문에 상당수의 제보들은 JTBC로 흘러가 뉴스룸 세월호 보도를 유지해주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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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신간 저널리슴 에세이 '장면들'
JTBC 시절 특종들과 물러나는 과정 담아
2020년 1월 2일 손석희 JTBC 사장이 뉴스룸 고별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JTBC 뉴스룸 캡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9년 3월10일 오전, 이제는 박근혜씨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다. 헌법 제1조보다도 더 유명한 이 문장의 시작에는 누가 뭐래도 JTBC 뉴스룸의 최순실(최서원 개명전 이름) 태블릿 PC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장이자 앵커인 손석희가 있었다.

그가 ‘풀종다리의 노래’ 이후 28년 만에 ‘장면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냈다. 제목은 본인이 정했다고 한다. 그는 "뭐라도 정리해야 할 생각이 컸다"라고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2020년 1월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뉴스 일선에서 떠났다. 그리고 지난달 해외순회 특파원 첫 부임지인 미국으로 출국했다.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기 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 책을 냈다는 것이, ‘그동안 내가 지켜왔던 것을 앞으로도 지켜나겠다’는 다짐을 담은 일종의 출사표로도 느껴졌다.

이 책은 언론인 손석희의 통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서문에서 본인이 밝혔듯 사장이자 앵커로 활동하고 앵커석에서 물러가기까지 주로 JTBC로 회사를 옮긴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리고 JTBC 뉴스룸하면 사람들이 당연히 떠올릴 단어는 ‘세월호’, ‘태블릿PC’였고 그도 두 가지 얘기를 가장 비중있게 다룬다.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도, 확실하게 한국의 저널리즘 역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계속 남을 것이므로.

‘세월호 사건’은 전 국민에게 아픈 기억이지만 언론에게는 특히 지울 수 없고 지워서도 안 되는 역사다. ‘전원구조’라는 치명적인 오보를 냈고 손 사장은 이 당시의 오보들이 ‘기레기’라는 말을 전 국민에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어젠다 키핑’을 강조하는데 언론은 ‘어젠다 세팅’을 통해서 사회에 의제를 던지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 어젠다를 계속 지켜내야만 사회에 선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그가 주장하는 어젠다 키핑의 가장 확실한 예였다. 초반의 압도적 관심과 보도량과 달리 세월호 사건은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보도량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뉴스룸 기자들은 500여 일간 현장을 지켰다. 초반 200일 간은 거의 매일 첫 꼭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진정성 때문에 상당수의 제보들은 JTBC로 흘러가 뉴스룸 세월호 보도를 유지해주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손 사장은 훗날 돌이켜보니 세월호 보도가 있었기에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은 남으리라 그는 확신한다. 그 바탕에는 세월호·태블릿PC·미투 보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는 "똑같이 쏟아내는 저급하고, 극도로 뻔하게 정치적인 기사는 공짜로 넘쳐나고 있다."며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싶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언론의 본연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인데 사실 이상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그가 이를 확신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그러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합리적 시민사회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 다음을 정말 암흑이다."

박근혜 탄핵선고 후 첫 번째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지킬 용기뿐이 아니던가." 현장을 떠난 지 2년 만에 새로 출발하는 그의 건투를 빈다.

장면들 / 손석희 지음 / 창비 / 1만85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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