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10년 간병했는데.. '새벽기도' 요구에 발생한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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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10년째 거동이 불가능했던 남편을, 아내는 대소변을 받아내며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모두 참아냈다.
아내에게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씩 새벽기도를 강권했던 남편을, 아내는 참지 못했다.
아내가 10년 이상 남편을 꾸준히 간병한 점을 참작했다.
실제 아내는 2007년 남편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병변 2급 장애를 진단받고 혼자 거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10년간 홀로 간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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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교통사고로 10년째 거동이 불가능했던 남편을, 아내는 대소변을 받아내며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모두 참아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아내에게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씩 새벽기도를 강권했던 남편을, 아내는 참지 못했다.
검찰은 아내가 새벽기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의심했다. 사건 전날 밤 고통과 불만을 표출하며 남편의 뺨과 목 부위를 친 사실은 있지만 남편의 목을 조르거나 코와 입을 막지는 않았다는 아내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첫 재판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1심은 아내가 살해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무엇보다 남편을 부검한 법의관이 손조름이나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인을 '불명'이라고 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 부위 손상 등이 사망 당시 발생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곧바로 119에 신고하는 등 사망사실이나 현장을 은폐하려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아내가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사망하게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는 뒤집혔다. ▲다수의 상처와 골절, 점막하출혈 등 피해자에게 비구폐색성 질식사를 초래할 정도의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사망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가 거주하던 집에 방문한 사람이 없어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없는 점 ▲혼자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가 자해나 자살 행위를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비교적 가벼운 징역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아내가 10년 이상 남편을 꾸준히 간병한 점을 참작했다. 실제 아내는 2007년 남편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병변 2급 장애를 진단받고 혼자 거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10년간 홀로 간병했다. 병원비만 매년 700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2017년부터는 일까지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도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다소 하회하는 형을 확정했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며 피고인에게 엄중한 혐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지만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했다.
법원에 따르면 재판 과정에서 남편의 형이나 동생은 아내의 선처를 원했고 자녀도 엄마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아내는 사건 범행을 부인했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결론났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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