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들여다 본 '캐롤'의 그 겨울, 사울 레이터 사진전 #인싸 전시_40

라효진 2021. 12. 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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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녹이는 컬러풀한 로맨티시즘에 흠뻑 잠길 시간.
Red Umbrella, c.1955

피크닉에서 국내 최초로 사울 레이터(Saul Leiter) 사진전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가 열린다. 몸과 마음을 녹이는 컬러풀한 로맨티시즘에 흠뻑 잠길 시간.

Cap, c.1960
Red Umbrella, c.1958
Canopy, 1958

사울 레이터는 2000년대 중반, 그의 나이 80대가 되어서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업무 차 뉴욕을 찾은 출판 장인 슈타이들이 우연히 한 갤러리에서 레이터의 사진을 보고 그의 작품을 엄선하여 〈Early Color〉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하면서 드라마틱하게 말이다. 이번 회고전도 국내에서 소개되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20여 년 간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에서 패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으나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나 20대 초반까지 유대교 율법 학교에서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던 레이터는 은둔을 사랑했고 자기 홍보를 꺼렸다. “행복의 비밀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심드렁하게 흘려보냈던 레이터. 이번 전시에서는 피크닉에서 수입, 배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In No Great Hurry: 13 Lessons in Life with Saul Leiter〉를 통해 은둔의 아티스트의 일상을 친밀한 시선 속에 접할 수 있다.

Untitled, 1950s
Through Boards, 1957
Walk with Soames, 1958
Untitled, undated
Carol Brown, Harpers Bazaar, 1959

사울 레이터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 혹은 ‘거리 사진의 대가’로 불린다. 1950년대에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거주하며 자기 동네의 일상적인 풍경을 몽환적이고 대담하며 시적인 장면들로 승화시켰다. 당시 사진계는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대명사 매그넘이 이끌어나갔고 컬러보다는 흑백을, 일상보다는 사건을 선택했다. 그러나 보도사진의 선두에 선 매그넘 작가들이 흑백 사진을 고집할 때 사울 레이터는 일상적 풍경을 강렬한 컬러 사진으로 작품화했다. 사울 레이터는 영감을 위해 이국적인 장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핵심, 미스터리, 아름다움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울 레이터의 작품 세계는 감각적인 미장센의 영화 〈캐롤〉이 제작될 때 토드 헤인즈 감독을 비롯해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두 배우에게 시각적, 감정적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랍비가 되어 세상에 가르침을 주는 대신 아티스트가 되어 그저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던 사울 레이터의 사진뿐 아니라 미공개 슬라이드 필름, 50~70년대 패션 화보, 그림 등 다양한 장르에 걸친 예술적 시도를 만날 수 있다.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기 간 2021.12.18.토—2022.3.27.일

장 소피크닉 piknic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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