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동성애와 갈색 눈의 공통점

2021. 12. 1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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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의 이론에 따르면 혐오는 생존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무지하고 연약하던 시절, 생태계의 저 아래 어디쯤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행동양식을 갖게 되었고 그 습성이 유구한 세월동안 유전자에 아로새겨졌다는 이론이다.

이제 인간은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존재를 공격할 정도로 연약하지도 무지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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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의 이론에 따르면 혐오는 생존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무지하고 연약하던 시절, 생태계의 저 아래 어디쯤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행동양식을 갖게 되었고 그 습성이 유구한 세월동안 유전자에 아로새겨졌다는 이론이다.

인간이 점점 강해지면서, 즉 문명을 이루어 살면서 만든 법과 질서는 원시시대부터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에 반하는 내용이 많다. 가정의 근간이 되는 결혼제도만 해도 그렇지 않나. 혐오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 옛날 원시인들을 지켜준 보호기제였다 할지라도 이 시대에는 금기이며 범죄다. 이제 인간은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존재를 공격할 정도로 연약하지도 무지하지도 않다. 그런데 아직도 원시시대의 본능을 소중히 간직하고 사는 분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 ‘나비’라는 이름으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분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녀의 경우 딸 한결이가 외과 수술을 받고 지난한 법적 절차를 거쳐 이제 법적으로도 남자, 즉 아들 한결이가 되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게이나 레즈비언과 달리 한결이는 태어날 때 받은 몸과 다른 성별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트랜스젠더인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려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 등등의 어려운 용어를 써야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결이 어머니 나비 씨에게 들은 많은 이야기들 중 손주가 할아버지에게 직접 커밍아웃 하는 장면은 독자 여러분께 꼭 소개해드리고 싶다. 그는 친정아버지도 아니고 시아버지, 그것도 이혼한 지 한참 된 며느리와도 연락을 주고받던 다정한 시아버지였던 모양이다. 이런 관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할아버지는 손주 한결이에게도 무척이나 사랑을 많이 주셨고 한결이 또한 가족들 중에서 할아버지와 각별했다고 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제 나를 손녀가 아닌 손자로 대해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참...... 연세도 많은 할아버지가 자칫 의절이라도 선언할까 싶어 걱정하면서 한결이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할아버지는 손녀인줄 알았던 손자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했단다. “괜찮다 한결아. 그런데 이름은 안 바꿔도 되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데 동성애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검은머리나 금발머리, 하얀 피부나 검은 피부, 푸른 눈이나 갈색 눈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태어나는 거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어떻게든 평범한 이성애자로 살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들은 우열을 가릴 대상도 아니고 옳고 그름을 따질 대상도 아니다.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을 틀렸다고 할 수 있나? 허스키한 음색은 맑은 음색보다 열등한가? 누군가를 코가 높다고, 혹은 손가락이 짧다는 이유로 혐오하고 욕해서는 안 된다. 같은 이유로 성소수자를 혐오해서는 안 된다. 그건 야만인이나 하는 짓인데 아직도 많이들 그런다. 얼마 전에도 변희수 하사가 우리 사회의 야만성에 지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부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진화했으면 좋겠다.

나비 씨와 한결이, 그리고 또 다른 성소수자인 예준이와 엄마 비비안의 이야기는 ‘너에게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도 나와 있다. 저작권이 비싸서 엄두도 못 냈겠지만, 그룹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영화 위에 얹어본다.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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