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친문 핵심들 빠져야 정권교체

손병호 2021. 12. 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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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유권자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통해 패배 원인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보고서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반대로 돌아섰다는 이들은 여당에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재명 대선 후보(당시 경기지사)에 대해선 기대감을 드러내며 나중에 다시 여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인터뷰 때 나온 이 후보 관련 언급은 이렇다.

“민주당은 보기 싫은데 이 지사는 좀 다른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문재인 대통령 하고 거의 정반대 사람 같아요.” “과격한 방식이라 해도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 해내고, 욕 먹더라도 그걸 스스로 감내하려는 이미지가 지금의 한국에 필요한 대통령인 것 같아요. 문 대통령과 결이 많이 다르죠.” “정권이 바뀌어도 180석 가까운 민주당 쪽 의석은 쭉 가는 거니까 진짜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여당을 개혁하고 문 대통령과 별개로 뭔가 변하겠다는 걸 보여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어요” “이 지사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다면 뽑아줄 것 같아요.”

그랬던 이들이 요즘 이 후보를 보고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대다수는 아직도 민주당이나 이 후보 쪽으로 마음이 돌아서지 않았을 것 같다. 그들은 여전히 이 후보나 여당 선거캠프에서 문재인정부 때 있었던 악몽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졌는데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명단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인물이 없었던 것도 실망스러웠지만 더 놀라운 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선대위 정무실장으로, 고민정 의원이 상황실장으로 기용된 점이다. 의원들한테 의례적으로 하나씩 떠맡긴 자리가 아니라 선대위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런데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사고, 고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를 대변한 사람이다. 그들은 청와대를 나와 국회에 와서도 그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윤 의원과 고 의원이 특별히 흠이 있는 인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또 청와대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 선대위에서 역할을 잘 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선대위에서 그들의 일과 능력만 보겠는가. 이 후보가 최근 야권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자신이 당선돼도 새로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친문 핵심 인사들이 포진된 선대위에서 과연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부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그들을 통해 이 후보 선대위가 ‘문재인정부 시즌2’를 준비하는 곳으로 여기지 않을까.

이 후보가 진정 새 정부를 꾀하겠다면 적어도 친문 핵심 또는 골수 친문계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높은 정권교체 욕구는 골수 친문계가 주도한 조국 사태, 추미애-윤석열 갈등,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실정, 언론중재법 개악 시도 때문이다. 나라를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켜 보려는 순수한 의도도 없지 않았겠지만 빚어진 결과는 정반대였고, 임대차 3법의 경우 숱한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는 걸 그들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골수 친문계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그 사람들이 보기 싫다는 여론이 많다. 서울시당 보고서에 나왔듯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그런 이유로 당을 이탈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친문 핵심들은 이번 대선의 전면에서 빠져주는 게 도리다. 적어도 선거를 이기려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이 후보를 돕는 일이다. 요즘 여당 밖의 골수 친문계도 슬슬 라디오와 SNS를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데, 어쩌면 유권자들은 그들의 목소리와 주장을 접할 때마다 정권교체 욕구가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골수 친문계가 스스로 빠져주지 않는다면 이 후보가 읍참마속해야 한다. 그것도 빨리, 또 과감하게 결단해야 민심이 움직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들과 함께 선거를 치르려 한다면 새로운 정부이니, 세력 교체니 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문재인정부 시즌2로 승부를 걸겠다고 하면 된다. 이 후보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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