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유시민의 귀환..이재명의 천군만마
1. 유시민 작가가 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학 강의’를 했습니다.
유시민은 2020년 4월 총선 직후 ‘어떤 정치평론도 앞으론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습니다. 지난 1월에도 ‘노무현재단 계좌추적했다는 근거없는 사찰의혹을 제기한 것에 사과한다’며 ‘일절 정치평론 않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2. 유시민의 귀환은 퇴장만큼 의미심장합니다.
유시민이 퇴장한 시점(2020년 4월21일)은..4ㆍ15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이란 압승을 거둔 직후입니다. 압승의 주역 중 하나가 유시민이었습니다. 압승의 주 동력은 검찰개혁론이었습니다. 이는 곧 ‘조국 수호’며 ‘윤석열 공격’이었습니다. 그 대표적 주장이 ‘노무현재단 계좌추적’의혹입니다. 물론 거짓이었지만..선거는 끝났습니다.
3. 유시민 입장에선 총선이란 중대국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퇴장한 셈입니다.
이 시점에서..두 차례의 다짐을 번복하면서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눈앞에 닥친 대선 때문일 겁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위태롭게 보였나 봅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범여권이 총출동하는 모양새입니다.
4. 역시 유시민입니다.
9일 방송내용은 ‘이재명학 총정리’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분석이 독특하고 말솜씨가 유려한데다 확신에 넘치니..빨려들게 만듭니다. 진보성향 미디어들이 ‘유시민이 보는 이재명’이란 비슷한 제목까지 일제히 기사화한 모습도 눈길을 끕니다.
5. 방송골자는 ‘유시민이 뽑은 이재명학 3대 키워드’입니다. ‘생존자/발전도상인/과제중심형’입니다.
첫째, 생존자란..이재명이 어려서 가난과 정치입문후 각종 논란을 겪고 살아남았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은‘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할 어떤 하자도 없는 사람’이기에 살아남았다는 평가입니다.
키워드는 이재명을 방어하는데 원용됩니다. 과거 범죄경력이나 욕설 논란은 ‘이런 생존과정에서 난 상처’로 이해하자고 합니다. 흠이 아니라..
6. 둘째, 발전도상인이란..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입니다.
‘머리 좋고 학습능력 뛰어나고 목표의식 뚜렷해 자기를 바꿔나가는 사람’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한다는 주장입니다.
발전도상이란 개념 역시 이재명 방어용으로 유용합니다. ‘불안한 리더십’도 앞으로 나아질 것이며, 대통령이 되면 ‘학습능력을 발현해’ 잘 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7. 셋째, 과제중심형이란..현안을 즉각 해결해낸다는..‘일 잘 하는 이재명’을 설명하는 키워드입니다.
과거 정치지도자들이 철학과 가치를 세우고, 이에 따른 과제와 정책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재명은 이와 반대라는 해석입니다. 이재명의 상대적인 정치철학 빈곤을..역설적으로 장점처럼 포장한 논리로 들립니다.
8. 이밖에도 유시민은 마키아벨리 같은 태도로 이재명을 변호했습니다.
이재명의 ‘조국 사태 사과’에 대해선..‘조국도 자기를 비판함으로써 좋은 성과 거두길 바랄 것’‘그 정도 얘기도 못하면 대통령후보라 할 수 없죠.’
자신의 ‘정치평론 중단’ 번복에 대해선 ‘힘들어 중단했는데..1년 반 쉬다보니 힘도 나고..’라는 말로 웃으며 넘깁니다.
9. 유시민은 인터뷰 첫머리에서‘이재명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이재명 정부가 되어도 직책을 맡지 않을 것’이라 다짐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정치선전이 아니라는 주장이죠. 물론 아무도 믿지 않지만..친여성향 청취자들조차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며 대선승리를 기원합니다.
10. 유시민은 앞으로 방송 고정출연까지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년 3월 대선 끝날 때까지..이재명의 좌충우돌을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봉합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표를 뺏어가는데는 한계가 있더라도..여권표를 다지는데는 역할을 할 겁니다. 특히 친문표 몰아가는 천군만마가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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