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체가 만화영화 만드는 이유는? MZ세대 겨냥..롤·배그 잇따라 애니로

반진욱 2021. 12. 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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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일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오징어 게임의 질주를 막아선 것은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애니메이션 ‘아케인’이다. 11월 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아케인은 하루 만에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오징어 게임의 독주를 끝냈다. 새로운 인기 드라마 ‘지옥’의 등장에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인기 콘텐츠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와중에도 아케인은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순위 5위권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성과에 힘입어 라이엇게임즈는 아케인 시즌2 제작을 예고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아케인’이 화제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기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공개 첫날부터 ‘오징어 게임’의 독주를 막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인지도가 높은 ‘롤’ IP 효과로 얻은 반짝 인기가 아니다. 공개 직후 11월 내내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11월 둘째 주에만 넷플릭스 시청 시간(글로벌 기준)이 3417만시간에 달한다. 전 세계 총 83개국에서 TV쇼 부문 10위권 안에 들었다. 3막이 공개된 11월 21일에는 글로벌 시청 수 1위에 다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롤 아케인이 뭐길래

▷높은 작품성으로 연일 호평 세례

아케인은 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단편 만화다. 롤의 챔피언(등장 캐릭터)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가상 도시 ‘필트오버’와 ‘자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총 9편에 걸쳐 담았다.

시리즈는 부유한 도시 ‘필트오버’와 지저분한 지하 도시 ‘자운’이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배경에서 시작한다. 두 도시에서 각자 파괴적인 에너지가 탄생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된다. 필트오버에서는 마법 에너지를 통제하는 방법인 마법공학이 탄생하고, 자운에서는 인간을 괴물로 변신시키는 ‘시머’라는 약물이 나오면서 두 도시 국가 사이에 줄다리기가 팽팽해진다. 두 도시 국가의 긴장된 관계 속 롤의 유명 게임 캐릭터 바이, 징크스, 케이틀린, 제이스, 빅토르 등의 사연이 차례로 그려진다.

‘게임’이라는 마니아 장르에도 불구하고 아케인이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쉬운 이해도’와 ‘작품성’이다.

우선 진입장벽을 낮췄다. 게임 IP를 콘텐츠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게임’의 배경 이야기를 모두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만화 하나에 모두 넣으려다 보니 이야기 전개는 느려지고 세계관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는 떨어져 나가며 인기가 자연스레 하락한다. 과거 엔씨소프트가 제작한 ‘블레이드&소울’ 애니메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블레이드&소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게임 내 설정을 무리하게 만화 내용에 넣다 보니 애니메이션 자체 완성도가 크게 하락한 탓이다. 혹평을 받으며 시청률 부진 끝에 조용히 사라졌다. 원작 게임의 인기도 같이 하락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

반면 아케인은 굳이 ‘롤’을 하지 않더라도 애니메이션만 봐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게임을 하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롤을 접해보지 않은 중년세대나 여성 시청자 거부감이 적었다.

콘텐츠 자체의 뛰어난 작품성도 인기 요인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아케인을 제작하면서 단순히 만화 한두 편을 내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브랜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콘텐츠 하나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렸다. 아케인의 경우 제작에만 6년이 걸렸다.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오면서 많은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성과에 힘입어 아케인은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현재 시즌2를 제작하고 있다. 시즌1을 만든 프랑스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포티셰프로덕션과 협업으로 진행한다. 이미 제작 노하우가 쌓인 만큼 시즌2는 시즌1보다 제작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이 인기를 끈다. 넷플릭스에서 높은 순위를 자랑한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IP 확장 뛰어드는 국내 게임사

▷성공하면 대박, 열풍 앞으로도 계속

‘아케인’ 성공에 자극받은 국내 게임사들도 IP 확장에 적극 뛰어든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크래프톤이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웹툰 3편 ‘100’ ‘침묵의 밤’ ‘리트리츠’를 11월에 공개했다. 유명 웹툰 제작사 ‘와이랩’과 협업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IP를 기반으로 개발한 세계관 펍지 유니버스를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각인시키는 게 목표다. 게임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제작하고자 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웹툰을 만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전했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신규 세계관에 입각한 웹툰·웹소설 12종을 내년 초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연재될 플랫폼은 카카오페이지(한국), 타파스미디어(미국), 픽코마(일본) 등이다.

컴투스는 올해 5월 콘텐츠 제작사 ‘정글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웹툰·스토리텔링 콘텐츠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정글스튜디오는 웹툰 제작사 케나즈와 공동으로 세운 합작투자 회사다. 컴투스의 인기 게임 ‘서머너즈 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2022년 1분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넥슨은 2020년부터 콘텐츠 사업 관련 인사를 영입하며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한 케빈 메이어를 신임 사외이사로 임명했으며, 최근에는 디즈니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외 게임 회사의 IP 콘텐츠 확장 전략이 대세가 될 것이라 내다본다. 아케인을 비롯한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데다 게임에 거부감이 적은 MZ세대가 주요 콘텐츠 소비층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배틀그라운드 웹툰을 제작한 와이랩 관계자는 “게임·웹소설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드라마·영화·웹툰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IP 확장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은 물론, 홍보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드라마나 만화로 작품을 접한 소비자들이 원작을 다시 찾아오는 등 선순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만큼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과거에도 게임사가 IP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례가 많았다. 다만 대다수가 일부 유명 게임의 이용자를 위해 만든 ‘팬 서비스’ 성향이 강했다.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의 융·복합 현상은 게임 산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르다. 게임에 거부감이 적은 MZ세대가 주요 문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게임 IP의 영향력이 커졌다. 성공 확률이 높은 만큼 게임 회사들의 게임 파생 콘텐츠 제작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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