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지갑 연다".. 2030 '골푸어'에 한겨울 골프웨어 대박

백민정 입력 2021. 12. 9. 21:40 수정 2021. 12. 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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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의 골프 매장에서 모델이 겨울 신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 30대 직장인 서수민씨는 이달 초 야외 골프 라운딩을 앞두고 백화점에 가서 패딩 조끼와 방한 의류·모자 등을 사는데 60만 원가량을 썼다. 서씨는 “우리 또래에서 라운딩은 뽐내는 자리여서 좀 가격이 나가도 브랜드를 따져 사게 된다”며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니 해외여행 대신 골프장에 가는 게 낫다 싶어 내년 2월에도 라운딩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9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겨울은 골프 비수기란 공식을 깨고 11,12월 골프웨어 매출이 껑충 뛰고 있다. 통상 찬바람이 부는 11월 들어선 골프 관련 매출이 떨어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대신 국내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열기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20~30대 MZ(밀레니얼·Z)세대가 골프 시장에 유입된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겨울에도 골프 열풍 뜨겁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달 추위에도 11월 골프웨어 매출이 전년 대비 61% 신장했다”며 “올해 1~11월 20·30대 매출은 전년보다 65% 늘었고, 11월엔 84%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이 전년보다 37% 올랐다. 전 연령대 중 30대 매출이 59% 증가해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43%), 20대(37%) 순이었다. 롯데백화점의 한 골프 담당 바이어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 매장의 겨울 신상품은 입고되자마자 금세 팔린다”며 “지난해 겨울제품은 아울렛에서 이미 10월 대부분 동났다”고 말했다.

홈쇼핑 CJ온스타일도 지난달 골프웨어 방송마다 완판되자, 12월 들어서도 방송을 편성했다. 지난 5일 구스다운 골프웨어 세트가 30분 만에 5700여장 팔리며 7억 원어치 주문고를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MZ세대를 겨냥해 만든 골프 편집매장 모습. [사진 신세계백화점]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고전했던 패션업계가 올해 골프웨어 매출이 급증하며 활기를 띠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고가인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며 업계에선 “10년 전 ‘등골브레이커’(부모 등골을 빼먹는 비싼 옷) 신조어를 낳았던 패딩 열풍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LF·삼성물산·코오롱FnC 등이 MZ세대를 겨냥한 골프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골프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제이린드버그), 코오롱FnC(지포어), 휠라홀딩스(타이틀리스트)는 매출이 크게 올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비싸도 지갑 연다…‘골푸어’ 신조어도 등장


티셔츠 한장에 10만 원 이상 고가인데도 젊은 골퍼들은 주저 없이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MZ세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 올리는 걸 중시하다보니 가격이 좀 나가도 괜찮은 브랜드 한두벌은 장만하는 것 같다”며 “겨울은 원래 골프 비수기였는데 올해는 골프 호황으로 브랜드마다 아우터(패딩류)를 보강하면서 매출도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중장년층 대상으론 기능성 위주 의류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양한 색의 패셔너블한 상품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젊은 여성 골퍼 사이에선 골프 관련 지출이 늘며 ‘골푸어’(golf+poor)란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명품거리에 문을 연 지포어 매장. [사진 코오롱FnC]


한껏 올라간 골프웨어 위상은 오프라인 로드샵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럭셔리 골프 브랜드 지포어 매장이 지난달 강남구 도산공원 앞 명품거리에 문을 열었다. 앞서 9월엔 타이틀리스트가 청담동 명품거리에 매장을 열었고, 제이린드버그는 지난 3월 압구정동 골프거리에 입성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가 고가 스포츠이다보니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적은 편”이라며 “골프웨어 리딩업체들은 초고가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사상 처음 500만 명을 넘었다. 특히 20~30대 골프 인구는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115만 명으로 집계했다. 국내 골프웨어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1000억 원대로 전년보다 10%가량 신장했다. 2022년엔 6조3000억 원대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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