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강소기업] (39) 스피드랙, 산업용 앵글을 DIY 가구로..아마존서 대박

박수호 2021. 12. 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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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마존에 국내 중소기업 히트 상품 사례가 꽤 있다. 호미를 비롯해 김치 시즈닝, 쁘띠메종 플레이하우스(아동용 텐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홈던트’라는 브랜드가 ‘아마존 초이스(추천 제품)’에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다. 한국산 조립식 선반 전문 회사 ‘스피드랙’이 내놓은 브랜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이후 ‘집콕’족, 홈인테리어족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 덕에 회사 실적도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지난해 매출액 369억원, 영업이익 46억원대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500억원, 영업이익도 60억원을 내다볼 정도가 됐다.

▶스피드랙 어떤 회사

▷영진앵글에서 사명 변경

옛 사명은 영진앵글이다. 1979년 민병오 회장이 창업했다. 초창기에는 그런대로 산업계에서 유명한 조립식 앵글 제조업체였다. 민 회장이 30대 시절 일본에서 도입한 앵글 제조 기술을 밑천 삼아 국내 산업용 시장에 맞게 내놓은 덕분이다. 볼트, 너트를 사용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각종 공장, 전시장, 공사장 등에 가설 시설물용으로 많이 납품했다.

그러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볼트와 너트가 필요 없는 무볼트 결합 방식 앵글 선반을 내놓으면서 회사 체질을 확 바꿨다. 2014년에 참가한 가구 박람회에서는 새로운 시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산업용 제품 외 ‘내가 원하는 대로 조립이 가능한 가정용 선반’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스피드랙’을 내놨는데 일반 소비자 호응이 대단했다. 소비자 욕구를 확인한 후 2016년 홈쇼핑에서 처음 가정용을 내놨는데 완판됐다. 이를 통해 회사는 B2B 회사에서 B2C 회사를 겸하는 식으로 성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2대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민효기 스피드랙 대표는 “대표 브랜드 ‘스피드랙’은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또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어 총 3만여가지 구성이 가능하다. 베란다용 선반 말고 행거, 책상, 드레스룸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덕분에 기존에 없던 매출이 발생, 2018년 매출 200억원대 회사가 올해 5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수출에서도 가능성이 보인다. 스피드랙은 종전 13개국 수출 외에 시장 테스트 차원에서 올해 5월 아마존에 첫 진출했다. 그런데 워낙 반응이 뜨겁다 보니 이후 대형 사이즈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 대표는 “개인 공간을 특성에 맞게 독특하고 개성 있게 꾸미고 싶어 하는 미국 특유의 트렌드와 잘 맞았고, 미국인이 이케아 등 DIY 가구 제품에 익숙하다는 점도 주효했다. 또한 미국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활성화 등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아마존에서 여러 공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사이즈가 다양하고 높낮이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더니 먹혀들었다”고 소개했다. 11월 기준 아마존에서 스피드랙의 ‘홈던트’ 브랜드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특정 제품 매출이 10위권 내외, 일부 제품은 ‘아마존 초이스’로 계속 노출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조만간 일본 아마존에도 제품을 등재하는 등 수출처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스피드랙은 아마존에서 ‘홈던트’라는 가구 브랜드로 선전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민효기 대표.

▶영업이익률 왜 높나

▷삼성SDS와 손잡고 RPA 도입

삼성SDS는 스피드랙을 이례적으로 성공한 주요 고객사로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 제조업체임에도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적극 도입,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SDS와 손잡고 도입, 운영 중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이다. RPA는 ‘잡무를 로봇이 대신한다’는 개념. 스피드랙은 종전 물류 작업에 이를 도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민 대표는 “아마존은 물론 국내 온라인몰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기존에는 매일 5~6명의 직원이 달라붙어 택배 송장을 일일이 출력했다. RPA를 적용한 후 주문과 동시에 송장 출력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추가로 세금계산서 자동 발행 등 단순 반복 업무를 계속 자동화해 직원들이 좀 더 생산적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스피드랙이 다양한 IT 시스템을 경영에 적용한 사례는 꽤 많다.

조립식 선반을 취급하다 보면 부품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제품 누락, 오출고 등의 사례가 많다. 제품을 박스에 잘못 담은 채로 배송이 나가면 그만큼 영업손실이 난다. 따라서 포장하기 위해 각 부품을 집품하는 데도 상당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스피드랙은 오배송을 줄일 수 있는 DPS(Digital Picking System·디지털 집품 시스템)를 적극 도입했다. 송장을 스캔하면 포장 자재 라인에 표시 사인이 들어와 어렵지 않게 집품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에서 시도하기 힘든 자동 포장 기계와 적재 자동 로봇 등을 도입해 사람이 힘들게 테이프 마감 작업을 하고 적재하는 수고를 덜었다. 로봇 투자비는 들었지만 인건비가 절감되면서 자연스레 이익률이 올라갔다.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원자재 구매 시스템도 계속 개선하고 있다. 앵글 선반 원재료는 철강(코일)과 합판, 도장(색상 입히기)에 필요한 파우더페인트 등이다. 스피드랙은 국제 시세를 감안해 대량 구매, 분기별 가격 고정 정책을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렇게 하면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고객에게는 고정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디지털 판매 채널 확대도 이익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반, 책상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스피드랙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면 매장을 임대해야 하고 판매 직원도 뽑아야 한다. 대신 스피드랙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면서 이런 고정비를 절감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온라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약점은 없나

▷중국 저가 경쟁 제품 도전 변수

구매 시스템을 구축했다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철강) 급등, 전기료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원가 인상 요인이 계속 발생한다는 점은 변수다. 더불어 ‘위드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홈인테리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동종 저가 중국산 제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스피드랙이 꼽는 최대 걸림돌이다.

민 대표는 “조립식 앵글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 조립식 가구를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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