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릴 땐 꼬랑쥐.. 떡 대신 이야기 배달로 꿈 이뤘죠"

김남중 2021. 12.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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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100만부 꿈꾸는 창작동화 '만복이네 떡집' 김리리 작가 인터뷰
최근 5권이 출간된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를 쓰고 있는 김리리 작가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그동안 30권의 동화책을 쓴 김 작가는 100세까지 100권의 책을 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룡소 제공


누적 판매 80만부를 돌파한 동화책 분야의 초베스트셀러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5권이 나왔다. 이번에는 ‘달콩이네 떡집’이다. 전작들과 달리 ‘달콩이’는 아이 이름이 아니라 개 이름이다. 유기견센터에서 데려온 달콩이와 잘 지내고 싶은 봉구의 고민을 담았다.

김리리(47) 작가는 8일 전화 인터뷰에서 동물을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요즘 고민하는 것들에서 늘 주제를 찾는다”며 “요즘 외동이 많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아이도 많아서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했다.

2010년 출간된 ‘만복이네 떡집’은 마음과 달리 입만 열면 나쁜 말이 튀어나오는 ‘욕쟁이’ 만복이가 신비한 떡집을 만나 변하는 이야기다. 2020년 2권 ‘장군이네 떡집’과 3권 ‘소원 떡집’이 동시에 나왔고, 올해 4권 ‘양순이네 떡집’과 5권이 추가됐다. 이 시리즈는 올해만 55만부가 팔렸다. 창작 동화로는 이례적으로 100만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인기 요인을 묻자 김 작가는 “아이들 삶에 억압이 많은 시대”라며 “억압이 크면 클수록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꿈을 이뤄주는 판타지 소설이 인기를 끄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를 “아이들과 고민을 같이 하는 책”으로 소개했다. “책을 본 아이들은 ‘저랑 고민이 비슷해요’란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다. ‘저도 양순이에요’ ‘제 친구가 만복이에요’ 그런 얘기도 많이 한다. ‘우리 아이가 책을 싫어하는데 이 책은 읽어요’란 얘기도 엄마들한테 많이 듣는다.”


‘만복이네 떡집’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20만부나 팔려나갔지만 2권은 10년 후에나 나왔다. 김 작가는 “원래 단행본으로 생각했고 후속작은 예정에 없었다. 결말에 ‘장군이네 떡집’ 간판을 내건 것은 뒷얘기를 각자 상상해보라는 의미였다”면서 “그동안 뒷얘기를 써달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지만 섣불리 썼다가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했다.

한 학교에 강연을 갔을 때는 아이들이 문을 잠그고 “다음 얘기를 쓴다고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김 작가는 “아, 내가 써보지도 않고 도망만 다녔구나, 아이들에게는 소원을 들어주는 떡이 더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재미없으면 안 내도 된다는 마음으로 다음 얘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아이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떡을 배달해주는 이야기가 담긴 3권까지 출간됐다. 그는 “3권이 진짜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남자만 주인공으로 하냐는 얘기가 쏟아졌다. 그는 “또 혼나기 전에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4권에서 여자 주인공 양순이를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제 김 작가는 시리즈를 이어가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독자들이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계속 쓰겠다. 하지만 재미없다고 하면 그땐 멈추겠다.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결심하니 ‘더 쓸 떡이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우리 떡 종류가 350가지가 넘더라. 쓸 떡이 아직 많이 남았다. 하하.”

1999년 ‘어린이문학’에 단편 동화가 실리면서 등단한 김 작가는 20년 넘게 동화를 쓰고 있다. 그동안 동화 단행본 30권을 출간했다. 김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중앙대 아동복지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아동심리나 아동 문제를 공부한 것이 동화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의 심리를 잘 담아내는 작품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3권에 나오는 ‘꼬랑쥐’가 자신을 닮은 캐릭터라고 했다. 앞니가 안 자라는, 좀 모자라는 쥐, 따돌림당하는 쥐다. 그래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는데, 소원 떡을 배달하면서 꿈을 이룬다.

김 작가는 “저 역시 가난하고 약하고 공부도 못하는 아이였다”며 “꼬랑쥐가 떡을 배달해 사람이 된 것처럼, 저는 아이들 이야기를 배달하게 됐고 작가라는 꿈을 이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편이 돼서, 아이들을 위로하고,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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