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소장 "평가원 잘못..어른들, 아이들에 불신 심었다"
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발표를 하루 앞둔 9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효력을 정지시킨 가운데, 유전체 분야 전문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오류가 맞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 오류 그 자체보다 평가원이 해당 이슈를 인정하지 않은 모습에서 어른들을 불신하게 될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김종일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의학교수)은 이날 언론에 "100% 오류"라며 "문항에 오자만 있어도 문제가 되는데, 이건 평가원이 잘못한 게 맞는다"고 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제시된 조건에 맞는 선택지 3개의 사실관계를 가리도록 구성됐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생명 집단의 개체 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생명체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을 수는 없으므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 문제로 제시된 셈이다. 이같은 수험생들의 지적에 평가원은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결국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안 소송 선고까지 정답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평가원은 개체 수를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고 오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현상이 나오는 이상한 수치를 주고 문제를 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학생들은 '평가원이 오류가 있는 문항을 출제했을 리 없으므로 내가 틀렸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라며 "문제 풀이를 반복하다 시간을 다 쓴 학생들만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평가원의 대응을 꼬집었다. 오류가 있는 문제임을 인정했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사례는 학생들에게 자칫하면 평가원이 틀린 문제를 낼 수도 있고 그 결정은 웬만해서는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길 수 있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린 학생에 심어주는 불신은 수능 성적을 다시 매기는 것보다 훨씬 더 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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