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소장 "평가원 잘못..어른들, 아이들에 불신 심었다"

오원석 입력 2021. 12. 9. 20:23 수정 2021. 12. 10. 05: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동욱 양명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발표를 하루 앞둔 9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효력을 정지시킨 가운데, 유전체 분야 전문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오류가 맞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 오류 그 자체보다 평가원이 해당 이슈를 인정하지 않은 모습에서 어른들을 불신하게 될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김종일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의학교수)은 이날 언론에 "100% 오류"라며 "문항에 오자만 있어도 문제가 되는데, 이건 평가원이 잘못한 게 맞는다"고 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제시된 조건에 맞는 선택지 3개의 사실관계를 가리도록 구성됐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생명 집단의 개체 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생명체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을 수는 없으므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 문제로 제시된 셈이다. 이같은 수험생들의 지적에 평가원은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결국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안 소송 선고까지 정답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 교수는 "평가원은 개체 수를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고 오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현상이 나오는 이상한 수치를 주고 문제를 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학생들은 '평가원이 오류가 있는 문항을 출제했을 리 없으므로 내가 틀렸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라며 "문제 풀이를 반복하다 시간을 다 쓴 학생들만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평가원의 대응을 꼬집었다. 오류가 있는 문제임을 인정했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사례는 학생들에게 자칫하면 평가원이 틀린 문제를 낼 수도 있고 그 결정은 웬만해서는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길 수 있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린 학생에 심어주는 불신은 수능 성적을 다시 매기는 것보다 훨씬 더 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