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김포 장릉 아파트 '상층부 해체'안.."세대수 줄여야"

김정연 2021. 12. 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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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김포 왕릉 앞 아파트’ 중 일부 단지에 대해 문화재청이 '상부 일부 해체' 안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9일 오후 열린 제3차 궁능‧세계유산 합동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 1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장릉 봉분 앞 혼유석 위치 1.5m 높이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기존에 있던 건축물(2002년 준공 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스카이라인 아래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방안을 건설사(대방건설) 측에 제출하도록 요청했다”며 “2주 내에 자료를 받은 뒤 재심의할 예정”이라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건설사가 제출한 ‘높이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 주변 역사문화환경의 보호와 세계유산 지위 유지가 어렵다”며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기존 건축물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높이 조정 및 주변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방건설 측은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수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양산 보이는 높이로… 22세대 줄이는 안 2주 내 제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김포 장릉아파트 관련 제3차 궁능 세계유산 합동분과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는 '높이 일부 조정안'을 제시하며 건설사에 2주 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뉴스1

이날 회의에는 김포 장릉 인근에 건설 중인 아파트 3곳 건설사 중 대방건설 한 곳만 참석했다. 대방건설이 짓고 있는 아파트는 최고 20층, 1417세대로 2022년 9월 입주 예정인 21개동 아파트다. 현재 20층 높이는 모두 올라간 상태지만 세 곳 중 가장 입주일이 늦고 아직 내부 공사가 남아있는 단계다. 이 단지는 왕릉에서 정면을 봤을 때 가장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기존에 있던 아파트에 일부 가려지는 위치라 세 단지 중 가장 나은 조건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장릉에서 직접 보면 앞쪽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분석한 자료. 기존 장릉 정면 시야에 위치한 동산과 삼성아파트를 기준(노란선)으로 삼아 능에서 보이는 경관을 보존할 경우, 현재 논란이 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고층아파트 3곳은 최대 209세대, 최소 22세대씩을 줄여야 한다. 자료 문화재청


지난 2차 위원회에서 건설사 3곳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 검단신도시 아파트에 의해 이미 계양산이 가려지는 상태’라고 주장한 데 대해 문화재청은 자체 검증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현재 신규 아파트가 지어진 상태에서는 장릉에서 계양산이 완전히 가려지는 데 비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밖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는 장릉에서 봤을 때 계양산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전인 2002년 지어진 풍무삼성쉐르빌 아파트, 혹은 장릉에서 바라보는 능선 등 여러 높이를 기준으로 조정이 필요한 아파트의 높이를 시뮬레이션해 그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대방건설이 짓고 있는 1417세대 아파트는 현재 높이로도 계양산 조망이 가능하다. 장릉 능선의 높이에 맞춰 건물 높이를 조정할 경우 212세대를 줄여야 하고, 앞쪽 동산과 삼성아파트 기준으로는 22세대, 뒤쪽 검단 신도시 아파트 높이 기준으로는 높이 조정이 필요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이 대방건설에 2주 뒤 개선안을 내도록 한 기준선은 22세대를 줄이는 ‘삼성아파트’ 기준이다.


‘위원회 패싱’ 두 건설사는 같은 기준 50, 137세대씩 줄여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에 있는 무덤 사이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대방건설을 제외한 건설사 대광이앤씨(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금성백조)은 인천 서구청에 냈던 ‘김포 장릉 주변 공동주택단지 조성 관련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8일 철회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건물 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이자 심의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두 건설사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문화재청의 건설중지 행정명령 취소소송)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공식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은 두 건설사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함께 공개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금성백조의 경우 능선 기준으로 196세대, 동산과 삼성아파트 기준으로 129세대, 삼성아파트 기준 50세대, 뒤쪽 검단신도시 아파트 기준으로 36세대를 줄여야 한다. 대광건영의 경우 능선 기준으로 622세대, 동산과 삼성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209세대, 삼성아파트 기준으로 137세대, 뒤쪽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해도 58세대를 줄여야해, 가장 많은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은 앞서 일부에서 제시됐던 나무를 심어 가리는 방안에 대해 “최소 33m 높이 나무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대안으로 ’상부층 일부 해체‘를 내놨다. '일부 철거'의 안전성 우려에 대해 문화재청은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설계 기준을 준수해 설계 및 시공했다는 전제 하에서 상층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공순서 및 해체 부산물 처리 등 해체 계획서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별도의 감리를 둬야 한다'고 안전하게 시공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위원회 결정해도 강제력은 미지수


이날 보류 결정을 내린 문화재위원회가 재심의해 의결하더라도 강제력은 크지 않다. 문화재청이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자료’격의 결정이다. 행정명령도 행정소송 등으로 거부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건설사들에 대한 위원회 '판단'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그간 건설사들은 건설 전 적법한 방식으로 신도시 택지 매입‧개발 과정 및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고, 2017년 변경된 문화재청 고시도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라 문화재 관련 절차를 모두 밟은 뒤 건설을 시작했다고 주장해왔다. 건설사 측은 '지자체가 계획 변경 시 새 고시를 기준으로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한다고 고지하지 않았다'며 지자체와 문화재청 측의 행정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훼손될 경우 세계문화유산 지위에 끼칠 영향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문의했지만 아직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마다 여름쯤 열리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회의 전에는 답신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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