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Ⅱ 공란 성적표 배부" 교육부 땜질..입시일정 연기 불가피

문현경 입력 2021. 12. 9. 19:44 수정 2021. 12. 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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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친 신동욱 양명고등 학생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10일 배부될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에서 생명과학Ⅱ 성적을 공란으로 두기로 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수험생들이 낸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하자 급하게 내린 결정이다.

교육부는 성적 통지 하루 전인 9일 "2022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44만8138명의 모든 수험생에게 10일 예정대로 채점결과를 통지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지 약 3시간만에 내놓은 입장이다.

생명과학Ⅱ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은 모든 과목의 성적이 기재된다. 생명과학Ⅱ를 본 수험생 6515명은 해당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대한 성적이 기재된다.

교육부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영향을 받는 생명과학Ⅱ 성적은 추후에 제공될 예정"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돼 추후 대입전형 일정에 차질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주 중 1심 선고 예상…수시 합격 발표 늦춰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수능 채점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오른쪽은 이규민 채점위원장이다. 뉴스1

가처분은 판결 확정까지 기다릴 수 없을 때 임시로 내리는 처분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평가원의 처분의 효력을 판결 선고때까지 정지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대입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본안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한다는 방침이다. 1심 선고는 다음주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성적 통지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생명과학Ⅱ 정답 효력이 정지되면서 대학들도 혼란에 빠졌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당장 수시모집 최저학력 기준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적 발표가 늦어지면 입시 일정도 늦춰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 측 대리인인 김정선 변호사는 "각 대학 수시모집 발표가 11일부터 시작되는데 소송한 학생들이 지원한 곳에서는 발표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시모집은 30일부터 시작된다.

2022학년도 대입 일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부와 평가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및 대학들과 신속히 협의해 빠른 시간 내에 향후 대입 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앞서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물리Ⅱ 문항이 복수정답 인정되면서 각 대학에서 해당 과목 응시자에 한해 정시모집 원서마감일을 연장해 추가 접수를 받은 바 있다.


'2014 세계지리' 악몽…"재채점 빨리해야"


소송이 2심으로 이어진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김신 변호사(대한변협 대변인)는 "1심에서 법원이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해도 평가원이 자신들의 정답 결정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이에 불복할텐데, 원칙대로라면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은 판결 확정 때까지 성적표를 못 받은 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만 가처분 결정과 실제 소송 판결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느 쪽이 승소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출제 오류 소송 때에는 수험생들이 가처분 신청과 1심에서 패소했고, 평가원이 당초 발표한 정답대로 성적이 확정돼 입시 일정이 진행됐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지 1년여만에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면서 1만8000여명 학생의 성적이 정정된 바 있다.

입시업계에선 평가원이 하루라도 빨리 정답 정정에 나서야 파장이 적을 수 있다고 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원 정답처리를 결정하고 즉시 재채점에 나선다면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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