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물러난 '비니좌' 노재승..권성동 "검증실패 인정"

성지원 입력 2021. 12. 9. 18:49 수정 2021. 12. 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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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SNS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비니좌’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자진사퇴했다. 선대위 합류 4일 만이다.

‘비니좌’(모자의 일종인 ‘비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의 ‘본좌’ 합성조어) 노재승씨. [유튜브 캡처]

노재승 씨는 이날 오후 5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내려 놓는다”고 밝혔다. 노씨는 “과거 제 소셜미디어에 남겼던 글에 대한 논란은 해명보다는 인정을, 그리고 사과를 해야했지만 아직 덜 자란 마음의 그릇이 미처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거친 문장으로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노씨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자진사퇴 배경에 대해 “제가 선대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과연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지, 제가 바라던 정권교체 방향과 맞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오직 윤석열 후보의 당선과 국민의힘의 집권을 위해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의 권고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권고보다는 제 주관이 많이 반영된, 제 판단의 결과”라고 답했다.

앞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에 비니를 쓰고 올라 ‘비니좌’라는 별명을 얻었던 노씨는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후 과거 SNS에 올린 발언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5ㆍ18에 대해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이라고 표현한 데 이어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 “가난하면 맺힌 게 많다”는 등의 발언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선 “혐오병자”(9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거센 비판도 나왔다.

당초 노씨는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노씨는 이날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사퇴하라고 하면 거부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저에게 공식적으로 사퇴하란 말씀은 없었다”며 “당에서 믿음을 줬는데, 뉴스가 많이 나오고 ‘멘탈’이 나간다고 못하겠다고 하는 건 도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사무총장과 비공개 회동에서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결론이 났다는 게 노씨의 설명이었다. 오후로 예정돼 있던 한 방송사에서의 당 정강정책 연설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한 공동선대위원장단 오찬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선대위 내부에서도 “굳이 주말까지 불필요한 논란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자진사퇴가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고 한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이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일정을 앞두고 당에서도 “노씨의 과거 발언으로 후보 행보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대화를 하고 있다. 2021.12.9 국회사진기자단

점심 무렵에는 당초 3시로 예정돼 있던 노씨의 방송 연설도 취소됐다. 오후에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 권 사무총장 등 선대위 주요 관계자들이 노씨를 직접 만나 자진사퇴를 설득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씨의 거취에 대해 “지금 여러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오늘 하루 정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앞서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됐다가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져 인선이 철회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씨에 이어 노씨도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의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노씨의 기자회견에 동행한 권 사무총장은 “결과적으로 검증에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다”고 말했다. 후보의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비판을 달게 받겠다”며 몸을 낮췄다. 권 사무총장은 “최소한 공동선대위원장급 이상, 간부급(인선)에 대해서는 검증팀을 둬서 발언이나 행적을 검증하겠다. 급하게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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