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문턱에 걸린 '경찰면책강화법'.."범죄 적극대응"vs"인권침해" 여야 불문 의견 갈려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경찰관이 긴박한 상황에서 직무 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사건’ 때 범인을 신속하게 제압하지 못한 경찰관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당초 이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사건 발생 2주 뒤인 지난달 29일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서 의원은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주 필요한 법”이라며 조속한 국회 본회의 상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8일 법사위 분위기는 달랐다.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고 직전 판단은 검사가 하겠지만, 그 전 단계에서 경찰이 이 규정을 갖고 불입건 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나 과잉입법의 여지가 있다”며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 볼 때 너무 포괄적인 면책을 줘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법사위 전체회의 전날(7일)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방범활동을 체험한 뒤 경찰관들에게 “테이저건이나 가스총이 과거엔 남용 위험이 있다고 봤지만 지금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사용을 주저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입장이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인천 흉기난동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서 피해자를 제대로 구제 못 하는 모습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제기된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경찰청장과 법무부장관도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장 경찰관들이 지금은 공무집행에 대한 고소·고발과 인권위 제소 등에 상당히 위축돼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 주저하고 있다”며 “인권침해나 면책 권한 남용의 문제는 내부적으로 촘촘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교육을 통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여러 가지 흉포한 범죄가 나타나고 있어서 적극적인 공무집행 요구가 있기는 하지만 법무부장관으로서 인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을 때는 항상 경계해야 하므로 신중한 입장이다”며 “면책이 되는 상황과 범위에 대해 명확성 확보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현행 형법 20조의 정당행위 조항으로도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수행은 면책이 되는데 경찰관만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개정안이 부여하는 면책의 범위가 과도하게 포괄적이어서 경찰이 어떤 피해를 발생시켜도 면죄부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법사위원들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다음 전체회의 때는 경찰청에서 면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례와 통계 등을 준비해오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다음 전체회의로 계류하겠다”고 산회를 결정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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