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수익률 -72%..천연가스 선물 ETN 투자한 개미들 곡소리

김연주 입력 2021. 12. 9. 17:41 수정 2021. 12. 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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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 개인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수요 급증에 고공 행진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다. 특히 단기간 고수익을 노려 수익률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경우 두 달 새 수익률 -70%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천연가스 ETN 수익률 두 달 만에 -72%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은 8일 종가 기준 5760원을 기록했다. 고점이던 지난 10월 6일 2만1030원에서 두 달여 만에 수익률이 –72.6%로 급전직하했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상황도 비슷하다. 10월 6일 3만7885원이던 주가는 지난 8일(1만715원) 3분의 1토막이 났다.

해당 ETN들은 다우존스 천연가스 선물 지수를 추종한다. 다우존스 천연가스 선물 지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미국 천연가스 선물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반영한다. 레버리지 지수인 셈이다. 레버리지는 상승 때는 수익이 2배가 되지만, 하락 때는 손실이 2배가 된다. 이들 천연가스 선물 ETN의 주가가 자유 낙하한 이유다.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인, 두 달간 ETN 상품 중 천연가스 선물 가장 많이 사


문제는 천연가스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지난 10~11월에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을 많이 사들인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부터 지난 5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135억원 어치를 샀다. 이 기간 ETN 상품 순매수 1위였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도 ETN 순매수 3위(61억원)를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천연가스 선물 투자의 전망은 밝았다.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 속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며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해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겨울이 평년보다 추울 것이란 예보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 10월 5일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열량 단위) 당 6.31달러를 기록하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경신했다. 그 덕에 10월까지만 해도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ETN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340%를 기록할 정도였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당시 원자재 발 인플레이션 뉴스가 많이 나오자 개인들이 에너지 관련 상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천연가스 관련 상품에도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조정 후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예보와 달리 막상 북미 지역이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면서 세계 천연가스 소비국 1위인 미국의 난방 수요가 뚝 떨어졌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며 천연가스 가격이 뚝뚝 떨어지면서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날씨에 더해 오미크론 발 경제 재개 지연 우려 등으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순매수 ETN 순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자재 가격 변동성 큰 만큼 투자 주의해야


천연가스 등 원자재 선물 ETN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의 경우 계절성이 강한데다 정치나 지정학적 이슈에도 영향을 받는 등 가격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저점이라 판단하고 원유 ETN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가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큰 손해를 입었다.

게다가 선물 ETN의 경우 '교체(롤오버) 비용'이 발생해 수익률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선물 투자의 경우 만기가 되면 실제 물품을 인도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월물을 사야 하는 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롤오버 비용이다. 다음 월물이(원월물) 현재 보유한 월물(근원물) 보다 비싸다면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지난 10~11월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김소현 연구원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내리고 있지만, 유럽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립으로 다시 오르고 있다"며 “천연가스의 경우 날씨는 물론 국제 정세와 물려 있어 가격의 향방을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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