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통지 하루전 '정답 효력정지'..생명과학Ⅱ 20번 쇼크

남궁민 입력 2021. 12. 9. 17:34 수정 2021. 12. 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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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법원이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올해 입시에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생명과학Ⅱ가 이과 최상위권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이 커 법원 결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 등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인용 결정에 따라 생명과학Ⅱ 20번 정답이 5번이라는 평가원의 판단도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무효가 됐다.

재판부는 "정답결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신청인들은 생명과학Ⅱ 과목의 등급이 결정된 성적표를 받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대입 수시 및 정시 전형에서의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효력정지 결정으로 당장 내일 예정된 2022학년도 수능 성적 통지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응시자의 성적 통지 방식과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수험생 "문제 오류" vs 평가원 "푸는데 문제 없어"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제가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두 동물 종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르게 설명하는 선택지를 찾는 문제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문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한 동물 종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되어야 한다며 문제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한다.

논란은 평가원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격화됐다. 생명과학 Ⅱ 20번에 대해 156건의 이의제기가 쏟아졌지만, 지난달 29일 평가원은 해당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벽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문항의 일부 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답을 고르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개체 수가 음수로 나온 동물 종이 있지만, 선택지를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성립할 수 없다는 수험생과 '정답은 도출할 수 있다'는 평가원의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 이번 사태의 쟁점이다.

소송인단 측 학생이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만든 자료.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대·카이스트·의대 등 최상위권 입시에 큰 파장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남부교육지원청에 접수처가 마련돼 있다. 뉴스1
만약 수험생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전원 정답 처리되면, 기존 정답자는 표준점수가 떨어진다. 해당 문제의 정답률은 20%대로 알려져 전원 정답 처리 시 과목 평균이 약 1.5점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 가운데 등급컷 점수 변화로 수시 최저 학력 기준을 못 맞출 가능성도 있다.

특히 생명과학Ⅱ 응시자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의대를 지망하는 이과 최상위권이 대부분이다. 서울대·카이스트는 과학탐구Ⅱ 과목 응시를 지원 조건에 명시하고 있다. 많은 의대·약대는 생명과학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어 응시자 상당수가 최상위권 학생이다. 점수 변동에 따라 이과 최상위권 입시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전 충북 진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방문해 관리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최상위권 입시 특성상 이 한 문제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며 "전원 정답 처리가 이뤄지면 표준점수나 등급 변동의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 정답 처리 여부를 가리는 본안 소송은 내일(10일) 열린다. 판결 확정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가늠이 어렵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논란이 된 세계지리 복수정답 문제는 1심은 보름이 걸렸지만 2심판결 후 교육부가 오류를 인정하기까지는 11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서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빠른 판결을 예상한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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