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DNA에 있다"..스타 배우들이 무대 서는 이유

김호정 2021. 12. 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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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 세션' 신구·오영수·이상윤
지난해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연기한 신구(왼쪽)와 이상윤 배우. 내년 1월에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선다. [사진 파크컴퍼니]

“이 나이에도 연극에 집착합니다. 처음 연극에서 시작했고, 그다음에 다른 매체로 갔지만, DNA에는 연극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배우 신구(85)는 연극 무대로 자꾸 돌아오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8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연극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역사가 있는 한 연극 무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77), TV 드라마의 ‘엄친아’ 배우 이상윤(40)이 신구와 함께 ‘라스트 세션’ 무대에 선다. 대중스타로 주목받는 배우들이다. 이들은 삶의 본질적 의미를 묻는 연극의 무게를 강조했다. '라스트 세션'에서 신구·오영수는 프로이트, 이상윤은 전박찬(39) 배우와 함께 루이스로 더블 캐스팅됐다.

신구는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했고 수많은 드라마, 시트콤,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도 연극 ‘장수상회’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 무대 위에서 꾸준히 연기했다. 그는 연극을 두고 “인생의 길과 목표를 가르쳐주는 지침서와 같다”고 했다.

오영수는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87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극단 배우로 활동했다. ‘오징어 게임’의 '깐부'로 인지도를 얻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연기자로서 의식의 흐름이 혼란해질까 걱정이었다”고 했다. 그 와중에 ‘라스트 세션’ 출연을 결심했다. “연극에 대한 지향이 흐트러지지 않을 기회였다.” 그는 “배우로서 연극 무대는 내 삶의 목적이고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2007년 드라마와 영화로 데뷔한 이상윤 배우에게 이번이 두 번째 무대다. 지난해 ‘라스트 세션’ 출연이 연극 데뷔였고, 두 번째 무대 또한 같은 작품으로 선택했다. 이상윤은 “배우라면 당연히 무대에 서야 하는 걸 알았다. 어떻게 보면 순서가 꼬여 매체 데뷔를 먼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연기자가 되기로 처음 마음먹었을 때부터 무대로 와서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며 “주위 많은 선후배가 무대 얘기를 할 때마다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극 무대를 ‘출발지’이자 ‘종착역’으로 여기는 배우들은 ‘라스트 세션’에서 연극의 본질에 집중한다. ‘라스트 세션’은 85분 동안 두 주인공의 현학적 토론이 이어지는 작품.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의 희곡으로 2009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역사적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작가이자 영문학자인 C.S. 루이스(1898~1963)의 가상 논쟁이 내용이다. 지난해에 이어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전문적이고 생소한 용어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처음에는 걱정이었다”며 “하지만 관객들이 의미 있게 봐준 덕분에 재연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전박찬(왼쪽부터), 신구, 오영수, 이상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연극 ‘라스트 세션’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스트 세션’은 영국과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압한 1939년 9월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2021.12.8/뉴스1


‘라스트 세션’에서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신론을 주장하는 프로이트와 기독교의 논리를 설명하는 루이스가 신의 존재뿐 아니라 삶의 의미, 인간의 욕망, 고통에 관해 토론한다. 오영수는 “최근 영화, 연극, 드라마를 보면 모든 게 사건 위주로 가고 인생이 빠져있었다”며 “하지만 특히 연극에는 사건만 있어서는 안 되고 인생이 다 녹아 나와야 한다”고 했다. 오경택 연출은 “지적 논쟁이 단순히 어려운 말로 끝나지 않고, 인간의 본질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력적이게 만들겠다”고 했다.

루이스로 더블 캐스팅된 전박찬은 ‘맨 끝줄 소년’ ‘로드킬 인 더 씨어터’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그는 “지금까지 소수자, 약자 역할을 맡았다. 동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 연극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극은 내년 1월 7일부터 3월 6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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