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만 다자녀가정 당직 면제?..인권위 "남성 배제는 차별"

이가람 입력 2021. 12. 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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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군에게만 당직 근무가 면제되는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다자녀를 둔 남성을 배제한 당직 근무 면제 조항이 “현대사회의 인식 변화에 맞지 않는 차별적 규정”이라며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했다.


軍 당직 근무 면제, 다자녀 둔 남성 배제는 “차별”


9일 인권위는 “군대 다자녀 가정 당직 근무 면제 대상에서 남성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세 명의 자녀를 둔 여성뿐만 아니라 같은 조건의 남성도 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부대관리훈령과 규정에 따르면 여성 군인은 셋째 자녀를 임신한 시기부터 셋째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당직 근무를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에 대해 앞서 육군 내 한 남성 부사관은 “배우자와 함께 세 자녀의 육아를 분담하고 있으나 남성에 대해선 당직 면제와 관련한 규정이 없어 차별이다”는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그는 “현행 군 규정은 남성이 군인일 경우 여성에게만 출산 및 육아 책임을 지우는 규정이다”며 “이는 성별에 따른 차별로 헌법 제11조 평등권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육아 문제는 성별 무관, 軍 규정 인식 변화에 맞지 않아”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임신·출산을 하는 여성의 모성보호 및 양육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진정인 답변을 통해 국방부는 “전군 공통으로 3자녀 이상 다자녀 군인이 많아 당직 근무 면제를 남성까지 확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며 “미혼 남녀 간부들의 당직 근무 부담이 가중되고 소규모 부대에서 당직 근무 편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해당 규정은 모성보호 측면보다 다자녀 우대정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육아 문제는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쪽에 책임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남성 역시 안정적인 양육 여건 보장이 필요하다”며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 군인만을 당직 근무에서 면제하는 조항은 여성 군인에게만 양육 부담을 온전히 미루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이어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와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필요하다는 현대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맞지 않는 차별적 규정”이라고 지적하며 개정을 권고했다.


현실적 한계 고려해 “지휘관에게 재량권 행사”


다만 인권위는 국방부가 밝힌 현실적 한계에 대한 주장도 일부 받아들였다. 인권위는 “일선 부대로 갈수록 당직 근무 편성 계급별 인원 구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당직 면제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게 될 경우 간부들의 당직 근무 부담이 가중될 것은 자명하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군의 현실적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면 남성의 경우 당직 근무 면제 대상으로 확대하더라도 각 부대의 사정을 고려해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인 가정의 육아는 단순히 여성 군인만의 책임이 아닌 군 구성원 전체가 함께 공유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권고가 군 전체의 성평등 인식을 높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규정이 개정·정착되고 군대 내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상담 및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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