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갓생' 살았나요 [친절한 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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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지만 일찍 눈 뜹니다.
이것은 쿡기자가 가상으로 만든 '갓생' 일정입니다.
"나 오늘부터 갓생산다", "오늘도 갓생사느라 힘들었다" 이렇게 많이 말합니다.
"기자님, 갓생에 자의가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아요?"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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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지만 일찍 눈 뜹니다.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산책하러 갑니다. 새벽 공기 마시며 하루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보고요. 집으로 돌아와 스트레칭을 간단히 합니다. 요가도 좋습니다. 건강식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자기 계발을 위해 준비 중인 자격증 공부를 합니다. 많은 일을 했는데도 여전히 오전이네요. 점심을 먹겠습니다. 사둔 책도 읽어 볼게요. 이번에는 영어 공부. 아, 하루에 2L 이상 물 마시기가 빠졌네요. 대청소를 하겠습니다. 저녁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합니다. 온라인 동호회 모임에도 나가고요. 자기 전엔 일기도 씁니다.
이것은 쿡기자가 가상으로 만든 ‘갓생’ 일정입니다.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을 붙여 갓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생산적인 삶을 사는 생활방식을 이릅니다. “나 오늘부터 갓생산다”, “오늘도 갓생사느라 힘들었다” 이렇게 많이 말합니다.
MZ세대, 더 정확히 말하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갓생살기는 이미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플랫폼이 MZ세대 알바생 1152명 대상으로 갓생 관련 조사를 했는데요. 응답자 중 81.5%가 갓생살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르바이트, 공부, 독서, 명상, 운동 등이 이들의 갓생 실천 목록이었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아 보는 거지’라고 보기엔 청춘들의 갓생살기가 치열합니다. 아니, 처절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 A씨는 물었습니다. “기자님, 갓생에 자의가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아요?”라고 말이죠. 그는 얘기했습니다. “주중에 보통 아르바이트하고 토익 공부하고 자격증 공부하거든요. 주말에는 스터디 모임도 두 개나 해요. 그런데 불안해요. 이렇게 해도 취업 안 되는 걸 아니까. 어떤 준비를 추가해야 하나 항상 생각해요. 갓생에 실패한 하루는 더 힘들고요. 그래도 그저 유행 같나요?”
취업 전에는 끊을 수 없는 갓생 뫼비우스의 띠. 여기에 발이 묶인 청년에게 갓생살기는 선택이 아니었던 겁니다. 불안한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걱정스러운 미래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졌으니 청춘의 삶은 거세게 흔들릴 수밖에요. 그런 이들이 선택한 게 ‘노력’이라는 것도 어쩐지 보는 이들을 짠하게 합니다. 가질 수 없어 포기한 N포세대 보다 가질 수 없으니 더욱 열심히 살기로 한 ‘갓생러’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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