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메타버스 활용해 '디지털 강국의 꿈' 이루자

2021. 12. 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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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환 전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실장

어디서나 메타버스(Metaverse)가 화두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정체를 콕 집어 얘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메타버스는 살아 움직이는 신기술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을 빨아들이는 기술계의 ‘인싸’이기 때문이다. 코끼리 만지기처럼 보는 사람마다 다른 정의를 내린다. 최대한 비기술적 용어로 메타버스를 설명해 보자.

메타버스란 ‘꿈의 공유’다. 실제의 꿈은 깨어난 뒤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공유할 수 있다. 한 이불 속에 잠자는 부부도 꿈은 제각각이다. 반면 메타버스는 수십만, 수백만 명까지도 함께 꾸는 집단적 꿈이다. 메타버스의 출발점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이다. 현실 속의 게이머는 게임 속의 캐릭터를 키보드나 마우스로 제어한다. 메타버스는 오감 재현을 통해 몰입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2차원의 게임 무대가 3D가 되고 SF영화 같은 비주얼이 구현된다. VR(가상현실) 글라스를 쓰면 스크린으로 들어가 입체적인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 수백만 명의 집단적 꿈 가능해져
수평 네트워크 사회 앞당길 수도

다채롭고 화려한 꿈을 꿔 본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멋진 꿈을 꾸고 싶다고 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흥미진진하고 현란한 꿈을 마음대로 꿀 수 있는 장치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걸어 다니던 사람을 먼 곳에 실어나르듯 메타버스는 실제의 잠 속에서는 상상도 못 할 멋진 꿈을 꾸게 해 준다.

이것뿐일까.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꿈으로 가는 일방통행로가 아니다. 메타버스는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길에서 가치가 더 커진다. 실제의 꿈도 치유·학습·아이디어 발상의 기능을 갖지만 메타버스는 이를 증폭시킨다. 현실을 디지털로 복사한 미러월드, 즉 디지털 트윈이 그것이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했다. 구현된 스마트시티에서 교통 상황을 제어하고, 쓰나미와 팬데믹 같은 재난의 영향과 대책을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웅대한 가능성의 영역이 있다. 최근 메타버스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인증기술과 결합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보여줬다. 더 대단한 것은 가상세계의 인증기술이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미술품만이 아니라 실제 예술품, 더 나아가 부동산·토지·천연자원 등 실물자산에 NFT가 적용된다. 이것은 현실을 디지털로 복사하는 디지털 트윈 그 이상이다. 실물자산이 디지털로 이전돼 마음대로 분할되어 거래될 수 있다. 가령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타운하우스의 지분 0.1%를 구입하고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물NFT는 대도시의 초고가 부동산이 아니라 저개발국가에서 더 빛을 발한다.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는 저개발국이 보유한 자산의 실제 가치가 상당한데도 형편없이 저평가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재산권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경작하고 공장을 가동해도 재산권이 없다면 노력할 동기가 없다.

만약 실물자산의 NFT가 가능하다면, 재산권 확립을 통해 저개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세계 인구 중 17억명은 아직도 은행 계좌 없이 살아간다. 이들에게 은행뿐 아니라 치안·사법제도, 유능한 정부 수립은 요원하다. 메타버스 관련 기술은 이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집단적인 꿈의 위력은 역사로 증명된다. 서양문명의 근원인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은 약소민족 유대인과 그리스인의 집단적 꿈과 신화에서 나왔다. 정복당하고 포로로 끌려다니는 와중에도 이들은 꿈을 잊지 않았다. 메타버스는 일확천금의 투자처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의해 중앙 권력 없이 작동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를 향한 꿈이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이 메타버스가 구현할 멋진 꿈의 전위대가 되길 꿈꿔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환 전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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